팔불출
아내의발을씻어주는것.

참남새스럽고나에게는어울리지않아고민이라고했더니,

옆에서들난리다.

“왜그걸못하냐,참이상스럽다”부터해서

“나는씻겨준물까지마신다”까지.

그리곤옆자리들의아내들눈치를슬슬살핀다.

물론아내들중내말을거들어주는분도있었지만.


성당에서의그룹미팅.

운영자분이물었다.

아내발씻겨준사람있으면손들어보라고.

아무도손드는사람이없다.

내가손을들었다.

시선들이나에게로몰린다.

솔직히말해운영자분의시선도좀따가웠다.


잘모르겠다.

아내의발을혹가다가씻겨주는남정네들이얼마나될것인가.

그런데,나는그걸했다.

그것도고민끝에인스턴트식으로.

참으로묘한것은,

대개부담스러웠던그일이어쩌면그리도쉽게풀렸을까하는점이다.


그문제로고민중인어느날밤,

퇴근해들어온아내가이상한(?)짓거리를하고있었다.

소파에앉은채어떤용기에발을담그고있었다.

가만보니몇년전여성피부를부드럽게한다는,

무슨용액에발담그는기구가우연찮게생겨갖다놓은적이있었는데,

한번도쓰질않다가그날밤무슨연유에선지그걸사용하고있는게아닌가.

다음날아침불쑥말이나왔다.

견진교리과정에아내발씻겨주라는과제가있다고.

그랬더니아내왈,

“그럼잘됐네.그것할때닦아주면되겠네.”

그래서나는아내발을닦아줄수있었다.


씻겨주는것과닦아주는것의차이에대한논란이있을수있다.

그러나마음의문제가아니겠는가.

나는분명아내의발을씻겨,아니닦아주었다.

나를뭐라고부르고뭐라고욕해도좋다.

팔불출이라고불러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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