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속에서
월드컵이과연쌔기는쌔다.온통월드컵천지다.

이즈음나의눈은착시현상을느낀다.온통빨갛게만보이는것이다.

환청증세도생겼다.귀에“대-한민국”이란소리가하루종일웅웅거린다.

지난일요일,중학교동문체육대회엘가서얻어입은상의유니폼의색깔도빨간색이다.

그날저녁,그걸입은채송파어디쯤인가를술에취해배회하다가,

거리의어느윈도우에비친내모습을유심히봤다.

내입에서나도모르게그놈의“대-한민국”이란소리가나올줄은꿈에도몰랐다.

백발에붉은유니폼,그리고그놈의소리…

그로테스크했다.


사무실창문을꼭꼭닫았다.그래도들린다.아침부터요란한북소리와구호소리.

이른아침부터시청앞광장은소란스럽다.토고와일차전을갖는날이다.

친구로부터의전화.

저녁에자기집에서한잔하면서축구를보자고한다.축구보다술에더솔깃해졌다.

퇴근무렵,시청인근은그야말로아수라장이다.

빨간옷에다머리엔앙증맞은도깨비뿔을한사람들로넘쳐나니말그대로아수라장이아닌가.

지하철역으로가전철을타기까지무슨사선을넘는듯했다.

5명이모여축구를봤다.술도마셨다.

폭탄주세잔을마셨다.골넣을때마다한잔,그리고이겼으니한잔.

나도흥분하고욕하고환호하기는마찬가지였다.골을넣었을때는같이들춤도췄다.

결국은나도유니폼을입었다.

싫든좋든일체감속에함몰될수밖에별도리가없다.

이런세상에기계처럼무리지어사는우리들은.

그래서더적적하고외롭다.

반세기도훨씬전에데이빗리스만이설파한그말.

‘군중속의고독.’

흐흐.그말이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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