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른아침,
성당가는길목한모퉁이돌화분에소담스럽게담겨져있는꽃들을보았습니다.
짙은분홍색의꽃망울과초록빛이파리들이어쩌면그리도싱싱하게피어있는지,
가던길음멈추고한참을바라봤습니다.
그러다피식웃음이나왔습니다.내가무슨주제넘게꽃타령인가하는생각이들었지요.
꽃을보고도그냥꽃이려니하면서아무렇게나살아왔으면서,새삼아름다운꽃에감탄하고있다.
이무슨조화인지요.
그러나예쁜것을어찌합니까.
한참을보다가만져보고도싶고,향내를맡아보고싶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만,
그렇게해보지는못했습니다.꽃이다칠것같아서였기때문입니다.
미사시간보다한시간가량일찍성당에앉았습니다.
반대편끝자리에수녀님한분을제하고는저밖에없었습니다.
마음이참풍성해졌습니다.한가롭기도했습니다.
성경을뒤적거리다,문득열려있는창문을바라보았습니다.
아침바람이솔솔불어오고있었기때문이었지요.
그런데,아,또꽃이었습니다.
창밖에는형형색색의꽃들이녹색의장원에서저마다아름다운여름의자태를뽐내고있었지요.
참예쁘다는말이절로나왔습니다.
그런데,참이상하다했지요.
꽃들을바라보고있는데,
그아름다운꽃들속에서문득나의모습이떠올라졌기때문입니다.
스스로추한존재라고하기에는뭐합니다만,
추한것은아름다운것들속에서더확연히드러나게마련입니다.
그래서일까요.나는아직도그덕지덕지한유혹들의와중에있었습니다.
이소용돌이속을언제쯤이면빠져나갈수있을까하는현실적인고민이
퍼뜩정신을차리게해줬습니다.
그리고펴놓은책들중에서이런글이유독눈에들어왔습니다.
“…유혹은전화위복이될수도있습니다.
하느님을제외한그누구도,우리자신까지도
우리영혼이하느님에게서무엇을받았는지모릅니다.
그러나유혹은우리자신을알도록가르치려고그것을우리에게보여주며,
그렇게함으로써우리의비참함을발견하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