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나가는길에책을샀습니다.
옛바오로서점에서였는데,지금은이름이바뀌었더군요.
‘거룩한독서길잡이’라는책이눈에들어와한참을보았습니다.
김정훈신부님이쓴성경해석서였습니다.
그런데책을보다말고퍼뜩생각이났습니다.김정훈이라?
아는이름이었고,기억에아련하게남아있는사람이었습니다.
물론그사람이아니었지요.
그분은1977년오지리티롤의알프스등반중에
돌아가셨었지요.그런데,같은김정훈이라참묘한기분이들었습니다.
해맑게생긴수녀님이한분계시길래,물었지요.
설마그분이아니지요?
수녀님이빙그레웃으시더군요.내질문의뜻이재미있다는듯이.
수녀님도그김정훈부제를잘알고있었습니다.
79년첫영세를받고처음읽은책이김정훈부제의유고집인
‘산,바람하느님,그리고나’였습니다.
사제서품을불과몇달앞두고영면한김정훈부제의여러글들을
동기신부들이책으로펴낸것이었지요.
누구든첫영세를받으면조금은들뜨게마련입니다.그즈음에읽은
이책은적잖은감동을주었습니다.
하느님을향한한맑은영혼의얘기들이었지요.
또다른감동이있었습니다.
김정훈부제의아버님이‘도시락판사’로유명한김홍섭판사였습니다.
자신이내린사형판결에못내가슴아파하시며,
그후수도자같은생활을하시다가이른나이에돌아가신분이지요.
가슴아픈한가정의슬픈내력일수도있겠지요.
그러나그아버지에그아들이구나하는생각을했습니다.
하느님을향한맑고깨끗한영혼이대물림된것이지요.
사제서품을하지못한것에가슴아파하던사람들을향해
당시김수환추기경은이렇게말했습니다.
“비록김정훈부제는사제품을받지못했으나,하느님과의만남의장소인
그산에서스스로를깨끗한제물로바쳤으니
보다값지게그리스도의영원한사제직에동참하고있을것이다.“
오늘다시그책을꺼내펴봤더니,이런구절이눈에들어왔습니다.
“…앞으로또틀림없이약해질때가있을것이고
또깊은혼란에빠져앞길이캄캄할때가있을줄아나이다.
그렇더라도당신은우리를결코돌아보지않으실리없나이다….
당신의무한하신깊이에보다더맛들이고빠져들게하시고,
또한외적으로도빛을줄수있게해주소서.
이를기화로새로세를받는것처럼참신해지도록해주소서“
김정훈부제의맑은영혼이오늘또다른김정훈-김정훈신부로
대물림되었으리라믿습니다.
책을소중하게읽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