染 色

오늘,염색했습니다.

남들보기에아무렇지않은일일수도있으나,

저로서는꽤심각한일이었고,나름대로의결단이요구됐던일입니다.
그런데동네산책을하다가,갑자기이발관에들러해버렸습니다.
처음해보는나로서그것은흡사산중이되려고삭발하는기분이었습니다.
이발사가고개를젖혀놓고무슨뺑끼같은것을머리털에북북칠하는데,
강제적(?)으로검게변해가는머리털을넌지시보고있노라니묘한기분이들었습니다.
알고지내는이발사도염색을하려한다고하니처음엔좀의아스럽다는표정이었습니다.
염색과관련해그간몇차례얘기를나눈적이있기때문이었지요.
나와동갑인그이발사는그과정에서나더러염색을하지말라고했습니다.
흰머리가보기좋다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염색의부정적인면,이를테면눈이나빠진다든가,하기번거롭다든가등을열거하며안하는게좋다고했습니다.
나도사실하기싫었었기때문에이발사의말에공감한다는쯤으로그간을잘넘겨왔었습니다.
그런데,오늘염색을한다고하니그이발사가의아해할수밖에요.
아무런말도하지않았습니다.그냥해달라고만했지요.
한40여분만에끝났습니다.
머리를감고거울을들여다봤습니다.다행이내가있었습니다.
그러나‘나답지않은나’였습니다.새까만머리칼의나의모습은보기에참어색했습니다.
염색한나의모습을큰녀석이가족으로는처음봤습니다.반응은보더니그냥씩웃는것이었습니다.
나는현관을들어서면서“아부지염색했다”고일부러큰소리로고했습니다.
큰녀석의반응은아무래도염색보다는소리치며고하고들어오는나의언행의어색함이더우스웠을것입니다.아무튼…

외양의모습이변했다면,내면도변해야겠지요.
남을더배려하고예의를갖추는마음가짐이더중요하겠지요.
나에게있어염색은자안시(慈眼施)의티끌같은시작에불과하다는생각입니다.
그간건방지고혐오스런나의모습을참고지켜봐준모든이들에게다시한번죄송하다는마음을전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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