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 病 相 憐 (III)


그이발소에이런글씨판이붙어있었다.

‘임대’

그러려니하면서도내심그렇지않기를바랐는데,결국그렇게된것일까.

이른아침,이발하러가면싱긋이웃으며맞아주던주인양반,

그리고그옆에서다소곳하게인사하던아주머니.

그사람들은어디로간것일까.

아주머니가아파당분간이발소문을닫고있다는소식까지는들었는데,

이젠아예그곳을떠났다.

유달리금슬이좋던주인양반부부였으니까,

그러지말자하면서도자꾸안좋은쪽으로상상이간다.

짝잃은기러기가홀로둥지를지킬수는없을것이다.


아침햇살속이발의자에앉아있노라면사각사각귀에감기는가위소리,

가벼운졸음속에들릴듯말듯들려오는라디오소리,

주인양반의구수한충청도사투리,

그리고동네사람들의정겨운담소소리.

항상웃으며야쿠르트를건네던아주머니

그이발소를잊을수가없다.




친구는결국눈을감았다.

이른아침,통영의선창가선술집에서막걸리를마시고있다가들었다.

뿌연막걸리에친구얼굴이어른거렸다.

그렇게일찍갈수가있나.

불과한달도안됐다.마지막으로친구의얼굴본것이.

슬프고,답답하고,억울했다.그러나우리는희망을얘기했다.

또보자며손을잡았다.그손들에힘이없었다.

沈潛한다는소릴들었다.친구들도보지않는다고했다.

용케한친구가통화를했다.설전날이다.

우떻노?잘있다.조리잘해라.알았다.목소리가생생했다고한다.

그며칠후친구는생의끈을놓아버렸다.



덕호야,

우리들은도저히이해가되질않는다.

네가죽어오늘이렇게너를보낼줄을.

아무리생각해봐도뭔가잘못됐다.

너를이곳에묻고우리들끼리만돌아가야한다는것이.

그게언제였나.

불과한달도안되지않았나.

다시보자며굳게손을잡았던것이.

그런데,무엇이그리도급했냐.

이렇게홀연히우리들곁을떠나게될줄을.

우리들이까까머리로무학산의너른품에안겨보냈던학창시절을기억하는가.

그청운의꿈들이여물어저마다사회와국가의동량으로커나갈때,

우리들은서로들얼마나격려하고아꼈는가.

이제모두들중견으로세상살이의지혜를모다모아

아름답고중후하게서쪽하늘을붉게물들이자고맹세하지않았는가.

이런우리들의마음다짐에너는언제나한가운데있었고,

기쁠때나슬플때나항상친화력과믿음직스런지도력으로우리들을다독거리지않았던가.

그런데,왜이렇게우리들만두고홀로떠나시는가.

그토록애지중지하던아내와꽃같은두딸을두고어떻게이렇게떠날수가있는가.

죽음보다확실한것은그어디에도없고,

죽음이찾아오는시기보다더불명확한것은아무것도없다고하지만,

아무리생각해봐도우리들은너를이렇게보냄에황망함을금할수가없다.

그러나덕호야,

너를이렇게데려가는하늘의부름에는필시그어떤높은뜻이있을것이다.

높고고귀한하늘의뜻은우리들모두의그것을합친것보다천배만배를넘을것이니,

한량없이넓고포근한하늘나라의품에서편히쉬기를바란다.

덕호야,

부디영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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