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오래전기억속의친구가세상을떴다.
모두들가슴이답답하고막막했다.
어둔밤,빈소를나와창동불종거리의한술집에앉았다.
술들이몇순배돌았다.모두들그친구를기억속에서불러낸다.
국민학교때얘기가나오고,대학교다닐적,그리고능곡시절의얘기도나온다.
그러나그친구와의격조했던세월이너무길었다.
작년가을어느비오는날.
문득걸어온그친구의전화가마지막이었다는한친구는모짤트의레퀴엠에빠져들고있다.
그친구는전화에서외롭다고했다고한다.
일행중그친구와의가장최근의접촉인데,
그친구의외롭다는말,그리고그말을전하는친구의슬픈표정에모두들말을잃었다.
갑자기노래얘기가나왔다.
그친구가노래를잘불렀다는것이다.
백-마강달-밤에로시작되는’백마강’과’아침이슬’을특히좋아하고잘불렀다고한다.
다른한친구가뜬금없이(?)말했다.
우리다시병원빈소로가자.가서할일이있다.
다시간다는데는별이견이없었다.그런데’할일’이라니?
노래를부르겠다는것이다.친구의영전앞에서’아침이슬’을부르겠다는것이다.
누가말리겠는가.모두들부르라고했다.
저세상사람이된친구가즐겨불렀던노래를,이세상의친구가부르겠다는것.그만한추모가더있겠는가.
갑자기리허설(?)이시작됐다.
‘백마강’도부르고,’아침이슬’도불렀다.흥이더올라’찔레꽃’도부르고.
불콰해진얼굴들로다시빈소를찾았다.
그러나그친구는빈소에서노래를부르지않았다.
불러라.
안부를끼다.
와?
술집에서이미다불렀다.같이불렀다.
망자가된친구와함께이미불렀다는뜻일게다.
우리는노래로친구를기억하고추억했다.
친구는노래로다시우리들속으로들어왔다.
김용호작사/임근식작곡
백마강달밤에물새가울어
잃어버린옛날이애달프구나
저어라사공아일엽편주두둥실
낙화암그늘에서울어나보자
고란사종소리사무치는데
구곡간장올올이찢어지는듯
누구라알리요백마강탄식을
깨어진달빛만옛날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