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酒說, 혹은 雜說

박진이와나는사회에나와한십여년을같은동네에서살았다.충무로다.

극동빌딩뒤서진빌딩4층에진이사무실이있었고,나는퇴계로쪽아스토리아호텔위에회사가있었다.

그십여년간진이와나는억수로마셨다.’억수로’라는표현이좀뭐하다만,달리대체할말이생각나지않을정도다.

퇴근만하면진이사무실로가만나는것은물론이고,때로는점심부터시작하기도일쑤였다.

둘이많이마셨지만,고백하자면나는진이상대가안됐다.

보통2차정도에서나는잘갔다.마시다가그대로고꾸라지는것이다.진이는멀쩡했다.

‘나가시택시’라는게있었다.진이는나를꼭그차에태웠다.’곱슬’이라고있었는데,그친구가말하자면전용기사였다.

그리고과천으로…

다시강조하지만,진이는나보다훨씬술이셌다.술많이,그리고잘마시는게자랑거리는아니다.

그러나한창일그무렵엔그것도나름가오빨로통하던시절이었다.

그러나,이런일이있었다.

1986년여름이었을것이다.

학진이학교여름캠프가지리산삐알의경호강가에차려진적이있었다.

그곳에학진이,진이,성규등이진을치고앉아서나를불렀다.

큰놈이아장아장걸을무렵인데,그놈을데리고갔다.

도착해보니보슬비가내리고있었다.뭐딱히할일이있나.술마실일밖에…

지금은안그렇다고하는데,그당시학진이,성규는술을잘못했다.심부름을시켰다.

학진인가,성균가누군가가동네로가서댓병소주2병을사왔다.

뿌연밤안개속에부슬부슬비가내리는저녁.진이와나는텐트속에앉았다.그리고마셨다.

지친아이는근처어디텐트속에뉘여놓은채.

한병이비워졌다.말도별로없었다.갑자기토하고싶었다.토한다했다.진이가씨익웃었다.

두병째마시려는데,학진이,성규가들락거렸다.그런데술을권한기억은없다.

주거니받거니하며마신게아니라,아예자기잔에다따라마셨으니쉴참도없다.

어느순간진이의표정이크게눈에들어왔다.얼굴이움직이고있는…

취하제.우짜꼬?

뭐라고?알창겉다.

나는그쯤에서그만두고싶었다.그러나진이는계속가고있었다.

두병이거의비워지고있었다.

진이가갑자기일어섰다.

어데가노?

오줌누로.

그리고나갔다.

한참을기다렸는데,오지않았다.그무렵,나는또렷해지고있었다.’승리’를자신하고있었던가.

찾으러나섰다.부슬부슬비내리는강을보며어둠에익숙해지려애를쓰고있었다.

껌껌한제방길에세워둔찝차앞에서무슨인기척이났다.진이였다.

진이는오줌을누다가그대로차범퍼에기대어있었다.풀어헤친채뻗어있었다.

깨웠다.그러나미동도없다.비맞으며재울수야없잖은가.진이가그무렵한100kg나갔을것이다.

그무겁고축늘어진몸을끙끙대며끌어겨우텐트안에눕혔다.

나도몸을좀추스리고잘곳을찾다가,어딘가를들어갔다.

아침.

뭔가찹찹했다.아니찹찹해서눈이뜨졌을것이다.나는물위에둥둥떠다니고있었다.

비가얼마나왔는지,조잡한텐트속에물이찬것이다.

그럼아들은?

나가뒤졌더니아들도물위에둥둥떠다니고있었다.

그저께중학교동창회나갔더니,김정호가뜬금없이진이의술실력을얘기했다.

청하68병묵었다카더라.진짜라카더라.사람도아이제?

진실을말하자면,그청하68병은진이하고나하고갈라마신것이다.

그천하의박진이가요즈음상태가안좋다는것이다.당뇨합병증이심해져신장까지나빠졌다는것이다.

정호가그얘기를꺼낸것은역설적으로진이의현재상태를강조키위한것이리라…

답답해죽겠다.

花柳春夢/이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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