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아니그곳을지나다니는사람들은모두그집을’털보집’이라고불렀다.
주인이털보였기때문이다.
덩치가꽤큰그집주인장은,그래서인지인상이참좋았다.
수염때문에나이가들어보였지만,기실나보다는한두어살아래였다.
백운대를오르내리는갈림길에있는집이어서한참때많이들락거렸다.
산오르내릴때는물론들리지만,산에안가는날도가끔저녁무렵올라가막걸리을마셨다.
그주인양반은물론술을좋아했다.
그러나장사할때는마시지않았다.
장사를끝내고마셨다.많이마신다고소문이자자했다.
해떨어지고으스럼해지면들어앉아줄창마신다는것이다.
언젠가늦가을밤,우수수부는바람소리를들으며함께마신기억도있다.
그털보가죽었다는소리를들은것은한몇년전이다.
백수가되면서산을좀안다녔는데,그사이생을달리한것이다.
간암으로죽었다는것인데,참으로뜻밖이었다.
덩치도크고,항상불그레하게얼굴도좋고건강했기때문이다.
그후그집을지날때면항상털보생각이났다.
아는사람들과그곳을지나칠라면털보얘기를했다.
어쩌다그집에들리면,주인과도털보얘기를늘어놓았다.
털보와마치잘알고지낸사이라도되는것처럼,털보를들었다놓았다…
그날도그랬을것이다.
비가오고있었고,전날마신술이깨지않은상태로털보얘기를늘어놓았을것이다.
비내리는북한산계곡을비껴앉아막걸리를마시고있었다.친구를앞에다앉혀두고.
비가오고있으니털보얘기를좀멜랑꼬릴리하게했을것이다.구라도좀섞고해서재미있게…
주인아저씨에게도,그리고빤히치어다보이는주방에서안주를만들고있는아주머니에게도…
그리고그집앞에서친구와갈렸다.
친구는대남문쪽으로오르고,나는대서문쪽으로내려가고…
나는내가왜신작로같은길을마다하고비오는계곡쪽으로붙었는지아직도잘모르겠다.
살아있는자가죽은자를함부로말하는게아니다.
더구나잘모르면서망자를가벼이그리고욕되게말하면안된다.
살아있다는게무슨시위도아니지않은가.
속해있는界만다를뿐이고
界가달라서로를볼수가없다는것뿐인데,
살아있다고죽은자를마치길바닥에널브러진돌을애기하듯하면안된다.
멍하게며칠을보냈다.
그런데,구를때팔목과허벅지에생긴생채기에서는아직도그냄새가난다.
그냄새인데,그게무슨냄새인가.
북한산냄새?맞다산냄새다.북한산냄새가아직도몸에서난다.
어둠,바람,물,그리고그리고코에익은향불의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