暴雨 속으로…

애시당초좀무모했다.

안그래도지난주용혈봉낙뢰로수명이죽고다치는사고가있었는데도짐짓…

하루종일비가,그것도호우가내릴것이란일기예보도있었는데도모두들짐짓…

광화문에서부터비가쏟아졌다.

좀있으면그치겠지.

국민대학으로들어가면서비가좀가늘어지는듯했다.

그래,올라가자.

좀느슨해진마음을다잡고,산길에들어섰을무렵비가굵어졌다.

모두들우산을꺼내썼다.평석이는비옷을입었다.

관리사무소에서통제를당했다.

오늘은입산불가라는것이다.

그말을들었어야하는게아닌가.

아프간인질들이왜그고생인가.가지마라는국가말안들어서가아닌가.

비가다시좀잠잠해지면서,우리들은기여코감행키로했다.

비옷입은평석이는펄펄난다.오르락내리락하더니만샛길을찾아냈다.그리고앞장서달아나듯오른다.

도리가없다.따라가는수밖에…

얼마를숨가쁘게갔을까.빗줄기가다시굵어지면서하늘이우르렁댄다.

그러더니삽시간에부어붓는다.산길은물길이다.

그래도올랐다.

그런데,한순간번쩍한다.그리고는꽈-강.그리고는양동이로내리붓는듯한폭우.

무서웠다.나만그리생각했을까.

촘촘히오르던우리들의행보가조금씩흐트러지기시작했다.

꼭올라가야하나하는말들이나온다.

온몸이젖었다.신발에도물이차벅벅거린다.

어느지점에선가멈췄다.

모두들물에빠진새앙쥐꼴이다.

산은폭우속에앞을가늠할수없을정도다.

온몸은젖었고,벅벅대는신발때문에걷기도힘들다.

결국내려가기고했다.여기에별다른이견이없었다.

그리고내려왔다.

내려오니날이말짱해진다.다그런이치다.

한1시간정도를세찬북한산의폭우속에있었다.

새삼자연은거대하고그속의인간은그저티끌같은미물이라는생각만감돈다.

Epitaph/KingCri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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