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다음生이있다면그때도우리함께…"
오늘아침에신문을보다가문득눈과마음에들어온글귀다.
위의글귀는프랑스한실존주의철학자의말이다.그래서더절실히다가온다.
글귀는이렇게이어진다.
"나는더는-조르주바타유의말처럼-‘실존을나중으로’미루고싶지않습니다.
우리가처음만났을때처럼나는내앞에있는당신에게온주의를기울이고싶습니다.
그리고그걸당신이느끼게해주고싶습니다."
이글들은사랑의얘기다.
지난9월,사랑하는아내와함께생을마감한프랑스의철학자앙드레고르가,
아내인도린에게쓴사랑의편지들에나오는글귀들이다.
1947년에도린을만난고드는젊었을적에는청춘의순수함으로,
그리고노년에는황혼의동반자로’완결된사랑’을불태웠다.
아내도린이쓰러진1983년이후함께시골로내려가아내의간호에만전념했다.
올해9월24일,둘은’완결된사랑’을위해동반자살을택했다.
편지는이렇게끝난다.
"밤이되면가끔텅빈길에서,황량한풍경속에서,관(棺)을따라걷고있는한남자의실루엣을봅니다.
내가그남자입니다.관속에누워떠나는것은당신입니다….캐슬린페리어의노랫소리가들려옵니다.
‘세상은텅비었고나는더살지않으려네.’
그러다나는잠에서깨어납니다.당신의숨소리를살피고손으로당신을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둘다,한사람이죽고나서혼자살아가는일이없기는바랍니다.우리는서로에게이런말을했지요.
혹시라도다음생이있다면그때도둘이함께하자고."
‘다음生’은말하자면來世일것인데,
그글귀의안타까움에연이어져그게과연있고,그리될수있을까하는또다른안타까움에젖어든다.
來世를운위함은今生이그대로이어져갈것임을바라는염원에다름아닐것이다.
다들來世를바랄것이다.나도바란다.위의글처럼고상한게아니고세속적이긴하지만…
가령내가"今生에서의술은다마셨다"고한다면,
그것은다음세상에서도술을탐하기위한염원의포석일것이다.
그런데,고백할게있다.
위의글을읽다가문득마누라가생각난것이다.
마누라는나에게무엇이고,마누라가바라는來世는무엇일까하는…
벽력같은소리가들렸다.
"이거또누가여다버렸지?!"한다.
마누라다.들어라고하는소리다.
손에강냉이쭉정이를들고코앞까지들이댈기세다.
다먹은강냉이를왜일반쓰레기통에버렸냐는것이다.
"어이구,어이구아무리말해도소용이없고…"
이런와중에내세고금생이고없다.다달아나버렸다.
그래도나는이리사는세상이좋다.
이런마누라와이런마누라가있는세상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