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지우개(2)

모처럼나가는광화문길이다.

아침부터서두른다.면도도하고옷도다리고.

제시간에맞춰나간다고했는데,좀이르다.

교보문고.

아차,안경을가져오지않았다.

대충제목만챙겨본다.

몇몇책이구미를돋운다.

크로포트킨의회고록.그책을집어독서대빈자리에앉았다.

잘보이지가않으니읽히지가않는다.

책머리사진들을본다.그것은잘보인다.

흑백사진들속,젊은혁명가의모습에서그의고뇌가읽힌다.

점점빠져들어간다.

책에다눈을파묻어간다.

아차,싶었다.시간은약속시간을훨씬지나고있었다.

약속된식당은복잡하고소란스럽다.

누구앞으로예약된걸모르기때문에카운터에서서성인다.

아줌마가자꾸누구앞이냐고묻는다.

누굴얘기해야하나고생각타가예약장부를보여달라고했다.

오늘예약장부에아는이름이없다.

이름이없는데요?

아니누군데요?

글씨.

아니누가예약한사람이있을게아니예요.

글씨.

아줌마가다시장부를넘겨본다.

아저씨,혹시내일아니예요?

글쎄올시다.

약속은그날이아니라그다음날이었다.

다음날짜리예약자에아는이름이있었다.

내머리속의지우개가그새또작업을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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