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가을이다.

어느새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좀쌀쌀해졌다.

여름내열어놓고자던창문을엊저녁부터닫아둔다.

마루바닥돗자리치운지도여러날됐다.

돗자리를치운자리에지난여름의흔적같은얼룩이아직남았다.

마루에가득차는아침햇살도가을빛이다.

빨간고추를널어말리고픈햇살이다.

마누라는여름이불빨아넣느라아침부터부산하다.

그저께는큰얘것,오늘은작은얘것.

뽀송하고아리해졌을여름이불속에한번더들어가보고싶다.

집으로돌아오는논길도가을이다.

드문드문핀코스모스가바람에살랑댄다.

논배미고랑흐르는물에코스모스가일렁인다.

볏잎은더러파릇한빛이지만곧풍성한황금색으로변할것이다.

이가을,어디좀황량한것은없을까.

낙엽이우수수떨어지고,

해지는석양,그노을속으로기러기떼가날고.

어느새나의걸음걸이가가을로간다.

서두를일도,바쁠일도없는황량한걸음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