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 로 움
너없으므로
나있음이아니어라.
너로하여이세상밝아오듯
너로하여이세상차오르듯
홀로있음은이미
있음이아니어라.
이승의강변바람도많고
풀꽃은어우러져피었더라만
흐르는것어이바람과꽃뿐이랴,
흘러흘러남는것은그리움,
아,살아있음의이막막함이여.
홀로있으므로이미
있음이아니어라.
(오세영-너,없음으로)
몇달만에만난선배는얼굴이좀수척하다.
같은도시에살고있지만,만나보기가수월치않다.
바쁘다고한다.
글쎄,뭐가그리바쁠까.
혼자살고있는데도할일이많다는것인데,
이를테면개밥먹이는것도바쁜일중의하나라는것이다.
말씀은그렇게하시는데,행간에서외로움이묻어난다.
선배는수년전喪妻를했다.
그당시엔몰랐다.
지난해에입소문으로들어알게됐지만,
위로의말을전하기에는너무늦었다.
그저같이소주잔이나기울이는것으로대체했다.
선배는아내를여윈후,아이들다치우고혼자서개한마리와산다.
바쁘다는거혹시핑계지요?얼굴은안그런데요.
짖굳은질문이다.
선배는소주잔을천천히들면서지긋히바라본다.
아,살아있음의이막막함이여.
가슴저아래서신음같이토해내는말한마디.
그리고는소주를입에탁털어넣는다.
그것으로그날술자리는끝났다.
같이있던다른한선배는.
2차가어떻고저떻고했는데그만쑥들어가버렸다.
어떻게한잔더해야겠는데,엄두가나지않는다.
그선배가먼저선수를친다.
김형,나딸네미집에좀가봐야겠어.
다음에또보자구.
그리고해걸음도안됐는데,그냥헤어졌다.
집으로오는내내그말이귀에아른거린다.
아,살아있음의적막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