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산에서농땡이가됐다.
대오에서이탈한것이다.
일행들이싸잡아뭐라뭐라해도못가는것은못가는것이다.안가고자하는것도아니고.
핑계치고는내가생각해도한심한것이다.전날잠을못자정신이몽롱하다는것.
정말그랬는가.정말그랬다.
내가생각해도이상스러울정도로몽롱하고어지러웠다.
중청대피소에서희운각까지내려가면서그증상이가실줄알았다.
하지만증상이더심해졌다.
어질어질하면서좀각이나있는바위밟기도겁이났다.
몇몇다른곳도덩달아불편했다.
새벽녘에한숨정도는눈을붙였여야했다.
그러나아무리용을써봐도눈과정신은더또렷하고말짱해졌다.
결국한잠도이루지못한것이다.
그러면그런상태를받아들였어야했다.그리고잊고산에매진했어야했다.
그러나그러질못했다.
불안한상상은우려를낳고그우려는결국의지를약하게한다.
공룡능선들머리에서발길을돌려야만한다.
한달간을벼르던공룡능선이다.
1986년처음탔으니,23년만인데그지경이된것이다.
희운각에서동료들로부터별말을다들었다.
그래도할수없었다.못가는것은못가는것이다.
괜히가다가낙오돼폐라도되면,아니간만못한게아닌가.
천불동계곡을내려가면서증상이더심해졌다.
무릎까지아파온다.그리고온몸이쑤시고아프다.
같이가는철이도같은증상을호소한다.
나란히붙어잤고,같이낙오했다고해서증상도같다?
둘이맞장구를쳤다.역시우리결정은잘한것이다.
비선대를한2킬로앞둔어느바위에드러누웠다.
몇분간의깜빡잠.
철이가깨워일어났는데,오랜시간을잔것같다.
이상하게도그깜빡잠이후로몸이거짓말처럼서서히풀리기시작했다.
속초서사우나를하고해변에서소주를마시면서몸은음주모드로전환했다.
공룡능선을못탄설움(?)을씻을길이별달리있겠는가.그저마시는수밖에.
아침에누가깨운다.
여기가어디인가.식당이다.당산동설렁탕집.
서울에도착해이리저리몇군데돌아다니다차를놓쳤고,
그래서찾아들어간곳이24시간설렁탕집이였던모양이다.
설렁탕한그릇을후딱비우고일어나려는데,아뿔싸일어날수가없다.
극심한근육통.
설렁탕집아줌마가오고가고일으키고.한바탕난리를피운후절뚝거리면서집으로왔다.
다리는아직도그상태다.
좀걸으면괜찮은데,앉아있다가는일어날수가없다.
나이를먹어가니이제는산행후증상도가지가지로나타난다.
나몰라라면서혹사시킨나의다리를이제는감싸안을때도됐다.
새벽녘중청대피소에서바라다본대청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