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강도’의 추억

이런만남도있다.

아주오래전에함께좀노닥거리고다니던사람인데,오늘우연히만났다.

일산롯데백화점앞을걸어가는데,저만치앞에서걸어온다.개량한복차림이다.

앞에다가서니깜짝놀란다.對人피해망상증이있을만한경력을지닌사람이아닌가.

저,마산사람인데기억하십니까.

마산사람누구지요.

김머시기,아니그보다도물총강도라고…

물총강도?그거깜빵말인데어떻게그이름을…

형께서직접지어준별명인데요.

한참을뚫어지게쳐다보더니나를근처의벤치로이끈다.

물총강도를내가붙여줬다고요?그거깜빵말로강간미수범인데…

맞습니다.저보고강간미수범닮았다고붙여줬지요.그덕에좀추줍게살고있지요.

마산얘기를했다.

그러니까1970년이었을것이다.

당시이사람은시국사범으로붙잡혀가포결핵병원에강제수감돼있었다.

그때병원뒷담을넘어마산으로나왔다.해서우리들과만나홍콩빠도가고,오동동빠도가곤했다.

오동동빠아시지요?

어,알지요.그집빠텐더와스튜디어스(호스테스를착각한것같다)들도잘알았었지요.

그때학생신분으로잘얻어먹었지요.어디선가가죽잠바입은사람들이와서계산도했지요.

풋풋,아그것도알고있고…근데나는선생기억이왜없는지.아무래도이젠다됐나봐요.

다시한가지기억을떠올리게했다.

신촌기억나시는지요?

아,나고말고.

그때이머시기라는여자분집에자주들렀었지요.

아니,그여자도알아요?

그집에서형이랑밤새술을마시기도했지요.술이취하면’백치아다다’를부르곤했지요.

그사람의얼굴에점차홍조가번져가면서,둘사이의어색함은저멀리물건너가고있었다.

그때형,도망다닐땐데술만취하면하는소리가있었지요.나는’설악왕국’의마지막왕손이라는말.

아,내가그랬었나요?술취해한소린데지금들어보니재미있구만요.

박경리선생딸이야기도그때많이했습니다.

허허…다지난일이지요.통영미륵산에모셔놓았는데,그리좋더군요.

박경리선생얘기가나오고,원주’토지문학관’얘기도나오면서아예그벤치에퍼져앉을판이었다.

외사촌제수씨덕분으로’토지문학관’엘가봤다니까,언제한번시간나면같이가자고한다.

파리에있는하남근후배얘기가나오니까,깜짝놀라면서"아,남근이,알지요.그잘생긴외대생"한다.

학진이도기억하고있었다.

나는누가뭐라든그사람을시인으로생각한다.

유신시대,반체제인사의대명사로너무각인되는바람에그사람의본래적스테이타스가그렇게보이지만,

원래그사람은시인이었고,지금도시인이다.

그사람의첫시집은’황토’였는데,지금도내가가장아끼는책중의하나이다.

이즈음,그사람은한가지테마에빠지고있다고했다.

‘촛불’이다.촛불시위를보면서느낀생각들을정리중이라고한다.

선물이라면서봉투에서뭔가를꺼낸다.

부산대학교철학과개설60주년기념특강원고다.

아무렇게나흘려쓴육필원고다.

그원고위에한글을보탠다.

"김영철형께,

무자가을9월22일,

롯데백화점뒷편,

마산이후처음으로오랫만에만나…"

(2008년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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