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오후의 午餐

텅빈집에홀로있으면,먹는것은자유스럽다.

마누라가준비해둔음식도있지만,그것만먹을수없다.

나혼자도할수있다라는,말하자면반기랄까,

아니면스스로할수있다는자유의지같은게꿈틀거린다.

한끼채우는것뭐별것있는게아니다.

냉장고에는나름대로준비해둔게있다.

파프리카,감자,토마토,햄같은것들이다.

싱싱한가지도있는데,그건다음에먹기로한다.

감자를벗겨좀굵게채로썬다.

파프리카는꼭지만떼내고역시좀굵게썰어놓는다.

토마토는통조림이다.Hunt’s의Whole이다.

라면국수를삶아놓는다.

준비단계는이게전부다.

속이좀깊은팬에올리브유를좀질펀하게깐다.

다진마늘을듬뿍넣는다.중불에살살저어준다.

올리브유냄새가좀진하게날정도로데워졌을때,

파프리카와감자를넣고저어준다.

그리고토마토를깡통채붓는다.흥건한토마토즙은많을수록좋다.

라면국수와햄은제일마지막에넣는다.

한10분정도면알맞게익어진다.

감자는푹익혀진것도보다약간사각사각씹힐정도가나는좋다.

다됐다.

아무리혼자먹는늦은점심이지만,한잔이빠질수가없다.

와인이한병나왔다.

MARGAUX.

언젠가백머시기선배와술을마시다남은것인데,

집으로와보니내손에들려있던와인이다.

그선배는나의이런때늦은점심까지도챙겨주고있는가.

한잔.

두잔.

흐린날,

비는오지않는데,어디선가빗소리가들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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