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행운의편지’라는게있다.
어딘가로부터받으면,많은양을복사해서,
다른사람들에게보내야하는편지다.
그렇지않으면불행이닥친다는조건이붙어있는
좀꺼림칙한편지다.
이게언제부터유래된것인지는모르지만,
고등학교다닐적의기억에있으니까,
아마도수십년전에유행되던편지다.
근자에이편지를한통받았다.
그런데,놀랍게도발신인이밝혀져있다.
고등학교동기생이다.
그의이름은안적혀있었지만,
그의회사로고가찍혀진봉투를사용하고있다.
받자마자뜯어보고는그자리에서찢어버렸다.
그리고잊고있었다.
어제,다른동기들과북한산산행후가진뒤풀이에서그얘기가나왔다.
나말고도여럿받았다는것이다.
받은날짜들이제각각다르다.
일정한시차를두고보낸것이다.
회사봉투를사용했다고,
꼭그동기생이보냈을까고생각했는데,
전화통화를통해그동기생이보낸것을인정했다고한다.
그동기생이도마위에올랐다.
무슨의도로그랬을까.
그동기생은떳떳한목소리였다는데,
혹여,그편지가행운을가져다주는것이니까
잘한짓으로생각하고있는게아닐까.
고향에서한친구가전화를해왔다.
그편지를받은얘기를하면서조바심을보였다는것이다.
막둥이가수능을앞두고있는데,
기분이영찜찜하다는것이다.
특히그친구집사람이큰화를냈다고한다.
‘행운의편지’라는게이름하고는딴판으로
받는사람의기분을잡치게하고우환을안겨준다면,
그건일종의흉기나다름없는것이다.
자신에게닥칣불행을남에게전가하는무책임한행동인것이다.
상당한재력가인그동기생은왜그런짓을했을까.
자기딴에는그걸별볼일없는동기생들에게보내는
하나의’선심’으로여겼는지도모른다.
재력가의’선심’치고는참고약한짓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