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시게한번해보자"
이번지리산칠선계곡탐방산행의화두는이말인것같다.
누군가출발하면서소리친이말은오브제쓰드(obssessed)됐다고나할까,
산행내내분위기를휘감았고산행을끝내면서모두들이구동성으로수긍한말이다.
산행이그만큼힘들었다는말이다.
‘Fargo’한면이있다.그러나뿌듯하다.
산행에목표라는게있을수있겠는가.계획이라고하자.
백무동에서유평계곡쪽새재로하산을바꾼것,
말하자면원래가고자했던계획에서조금수정된게이런결과를가져다준것이다.
이번우리산행의백미는뭐라해도칠선계곡탐방이다.
우리들나이에언제이런곳을다시가볼수있을것인가.
때묻지않은싱싱한생태가살아숨쉬는칠선계곡은거대한생명,그자체였다.
우리들인간의왜소함과어리석음은그런곳에서새삼드러난다.
그리고,회상과추억.때묻지않은자연의느낌은원래그런것이다.
언젠가한번은본듯,느낀듯한것으로다가오는것은母胎적본성,
그리고그것에서비롯되는旣示感일것이다.
글이어째이상하게나간다.다시돌아가자.
오색단풍과낙엽이옥빛파란물,굽이치는계곡을따라나부끼는가을산길.
맑고쾌청한가을날이다.날을잘잡았다는말들이나온다.
칠선계곡에는7개의폭포와33개의소(沼)가있다.
그것들은모두저마다의특성과모양새가있을것이다만,
한가지로다가오는것은’지리산다움’이다.
아름답지만장대하고,수려함속에투박함과소박함이있는.
그계곡의산길을걷는우리들도지리산을다시한번느낀다.
마폭포위,천년을살고있는거대한朱木은지리산의싱싱한생명력이다.
칠선계곡의끝자락에묵묵히서있는그주목은아쉬움을남긴다.
우리들은그나무를뒤로하고이제천왕봉으로가야하기때문이다.
(천왕봉못미쳐’고뇌의바위’에서)
‘빡신산행’은칠선계곡의그주목을지나면서부터다.
‘고뇌의바위’라고했던가.
천왕봉못미쳐에있는철계단바로아래에있는바위를그렇게부른다고한다.
올라갈것인가,아니면그냥내려갈것인가.
그만큼힘들기때문이다.
윤진석이얼굴이노래지고,병만이얼굴이좀하애지기시작한곳도여기서부터다.
그래도어쨌든올라가야한다.선두에아주머니들이가고있잖은가.
다들동의하지는않겠지만,나는이번산행을통털어천왕봉에서중봉오르면서가제일힘들었다.
심리적인요인이크게작용한것같다.
천왕봉엘올랐으니이제더오를곳이있겠는가하는안이함에서일것이다.
그런데,또오르고오른다.물론그전에본전까먹듯이한참을내려왔지만.
숨은턱에차오르고,코에선단내가푹푹난다.
양다리가시큰거리기시작했다.주저앉고싶다.
갈수있을까.다리가아프니겁도좀난다.그래도가야지.조성동이도가는데.
중봉에서치밭목까지는생각하기도싫다.그래도모두들잘가더라.
아주머니들은펄펄날랐다고쓰고싶다.
앞에가던거태가푹쓰러진다.다리에힘이빠진것이다.
어느지점에서나도푹쓰러졌다.손바닥에생채기가났다.
나로서는치밭목산장이힘과정신을가다듬는하나의분기점이됐다.다들그랬을것이다.
민병태씨를다시한4년만에봤다.지리산같은덤덤한모습은여전하다.
그백지같은여전함이나로하여금심기일전케한한요인일수있다.
새재까지는거짓말좀보태날랐다.몸이이상하게다시살아나고있었다.
어느지점에선가컴컴해졌다.앞에뭔가기다란물체가기웃거린다.
누고,귀신이가?조성동이다.거기서뭐하고있었는지모르겠다.그냥내달렸다.
앞에또누군가가있다.뭔가를챙기는것같은데,뭔가반짝한다.보영씨다.
헤드랜턴을착용하고있었던것이다.거기서부터보영씨뒤에매달렸다.
보영씨뒤에쫑쫑매달려새재까지내달린것이다.
시천면덕산땅의한목욕탕,뜨거운물에몸을담갔을때의그전율,"아,이제살았다."
한식육식당,삼겹살에소주한잔을목에부었을때의그짜릿함,"아,해냈다."
12시간여에걸친50여리길의산행을정말’빡시게’해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