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통’
우리들은박정희대통령시대에그사람을그렇게불렀다.
독재자의이미지가물씬풍기는풍자적인닉네임이다.
유년과학창시절을그사람과함께보냈다.
아버지의그사람에대한존경심은대단했다.
그래서나도어릴적엔그렇게생각했다.
그때는’박정희대통령’이라고불렀던기억이있다.
그러나자라면서개인적인감정은그다지중요하지않았다.
고등학교를거쳐대학에다니면서는,
‘박대통령’이라고부르려면대단한용기가필요했다.
주변의눈치를봐야했을정도다.
철권정치가어떻고,유신독재가어떻고하면서,
우리나라의모든정치와행정의부정적인산물은몽땅그사람의것이었다.
그래서’박통’이라고부르면서그를씹는게’민주시민’의도리인양여겼다.
지금생각해보면그래도그시절이좋았다는생각이든다.
요즘같이어렵고시끄러운때는더욱그렇다.
배고플때사람은제일비참하다.
눈물,콧물다흘린다.주린배를채울수있다면.
그런시기를겪다가어느날주린배를채울수있게됐다.
그것이몽땅그사람덕분이라고하기에는저어한감이좀있다.
그러나나라를그런방향으로끌어간것은분명그사람이다.
사람은배가부르면사람이상으로살려고한다.
Howtosurvive에서Howtolive로가려고하는것이다.
나라에요구하는게많을수밖에없다.
민주주의,복지,인권,남북관계등등.
결국그사람은그많은요구를채워주지못했다.
그리고비명에갔다.
나는’박통’시절에한가지생각나는게있다.
1977년12월겨울어느날이던가,쌀막걸리가처음나온날.
그날저녁,서울은하나의거대한잔치판이었다.
사람들은막걸리잔을기울이면서즐거워했다.
단군유사이래로나라가그날처럼흥청인날도몇안됐을것이다.
미국사람들은존피츠제럴드가’위대한게츠비’를쓸당시를,
미국역사상가장풍족하고안정된시기로꼽는다.
나는그날,쌀막걸리나온날을그것으로치고싶다.
정치란별게아니다.백성의눈물을닦아주는것.
이즈음나이를먹으니새삼그말이맞다는생각이다.
어제가그사람이죽어장사지낸날이다.
30년전이다.
이제그사람을추모하며새삼이렇게불러본다.
아,박정희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