散 策

날이추워져서인지산책길에사람들이별로없다.

한적하고쓸쓸하다.

푸성귀를내다파는할머니들몇몇이양지에

옹기종기모여앉아실날같은햇볕을쬐고있다.

바람이쌩쌩불고,낙엽이우수수떨어져내린다.

자,뭘부터정리해야하나.

생각하고그생각을다듬을게많다.

우선양심의문제.

양심껏살아야한다.

그러나살다보면그게잘안되는경우가있다.

우발적이라고하더라도반드시그런것만은아닐것이다.

근자에그런일이있었다.

과연한점의의도성은없었는지에대해자신있게말할수없다.

그래서마음이무겁다.이걸털어버려야한다.

어떤방법이있을까.

상대방의입장이돼본다.이른바역지사지이다.

그러면답이나온다.

어렵겠지만그렇게하도록해보자.

다짐을해본다.

다음은’일’의문제.

친목단체에서진행중인일이있다.

아이디어를몇가지냈다.

섭외까지도했다.그기까지만하려고했다.

그런데,일이이상하게돌아간다.

자꾸나보고맡아책임지고하라고한다.

안하겠다고했더니,여러말들이나온다.

술한잔먹여놓고는,

말은저렇게하지만하게될것이라고수근들거린다.

이걸어떻게해야하나.

내가맡는다고잘되리란보장도없다.

그냥못본체,모르는척한다고해결될일은아니다.

이왕개입된것,그냥죽이되든밥이되든온몸을던져버릴까.

그러나그러기엔상황이여러모로안좋다.

두어시간을걸어도이에는명쾌한판단이서질않는다.

다시걷자.저숲속까지들어가보자.

숲속은조용하다.바람소리,나뭇잎서걱대는소리만있다.

올라가는길.두갈래길이다.어느길로갈까.

오른편길로잡았다.아침이슬탓인지길이좀미끄럽다.

좀오르다다시내려와,왼편길로오른다.길이훨씬좋다.

싫으면가지않으면된다.하고싶잖은일이면안하면된다.

그런식으로결론을내어버릴까.

散策이란말이재미있다.

생각의갈래(채찍같은)를흩는다는것쯤이란해석도가능하지않을까싶다.

말하자면갈래같은생각들을걸으면서반추하고정리한다는의미도있다는것인데,

생각과걸음,걸음과생각,

이양자가앞서거니뒤서거니하는나의산책길은그래서인지좀무겁다.

언제쯤생각과번민의늪에서헤어나그냥무작정걸어만보는날이올수있을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