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에 대하여
마누라가옷정리를하면서
안입는,오래된옷좀버리지요한다.
그러자.
한20년된양복이나왔다.
걸쳐보니억수로작다.
이거버리자.
마누라의시원해하는표정
….
한쪽에팽개쳐놓은양복에다시눈길이간다.
집어든다.
버리지말자.
마누라가투덜거린다.
그러다평생옷못버릴낀데.
이옷이다시맞아지는날이올것이다.
아프고병들어살이쏙빠지는날,
그때또입을줄모르지.
마누라가씩홀겨본다.
안방탁자위에난데없는사진액자가하나있다.
둘째놈유치원졸업식때찍은사진이다.
저거와저기갖다놓았노?
옷장서랍속에처박혀있는게너무안스러보여서.
마누라의대답.
사진속둘째놈의얼굴은그다지밝지않다.
죽음의질곡에서겨우벗어나,
한해,한해를살얼음걷듯지난날들의음영이랄까.
마누라도알것이다.
그시절이얼마나어렵고힘들었던가를.
둘째놈의그때사진이자꾸그시절을연상케한다.
그렇다고야멸차게치워버릴수도없고.
그사진을둘째놈방책상에다갖다놓았다.
아이는아직들어오지않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