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망 증
아침부터부산을떤다.
면도도하고로션도바르고머리도빗고.
옷은뭣을입을까.
친구들끼리의점심인데내용에충실하자.
좀춥다고하니두터운등산용점퍼를걸친다.
신발은?
역시캐주얼로하자.
한켤레뿐인구두는신기가거북하다.
하도오래신어늘어난것인지헐렁해졌다.
캐주얼화끈을단단히맨다.
다됐다.나가자.
논현동이니전철을타자.
대곡역에서타고한숨자면도착할것이다.
논길을걸어역까지걸어간다.
바지주머니속에서동전몇닢이딸랑거린다.
약속시간까지는한시간여가남았다.
알맞을것이다.
역구내로들어서면서교통카드잔액을생각한다.
얼마안남았을테니충전을하자.
뒷주머니에손을대니뭔가허전하다.
없다.지갑이없다.
어디서부터짚어나가야하나.
거기에분명있어야할지갑인데없으니뭔가손을탔다는얘기다.
어느순간맥이탁풀린다.
그저께술먹고카드로계산한후
집에들어와지갑을챙겨영수증을챙긴기억이떠올랐다.
그러면지갑은어디에있을까.
헷갈려하는그사이에시간은흐르고있다.
약속시간은다가오고있고,
나는기억을더듬고있다.
어떻게해야하나.호주머니속엔동전7백원이들었다.
그돈으로논현동까지갈수는없다.
그럼어떻게해야하나.
방법이없다.집으로되돌아가는수밖에.
지갑은책상서랍에얌전히들어있었다.
역을가고오는사이20여분이후딱사라졌다.
서둘러야한다.
부리나케엘리베이트를타고내려간다.
당산동으로가서9호선을타야지.
뭔가발쪽이허전하다.발이신발속에서헐렁거린다.
구두를신고있다.
낡고헐렁한구두을신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