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친구몇몇이아프다.

그럴나이들이다.

한친구는수술일자를잡지못하고시골로정양을갔다.

또한친구는19일검사결과를기다리고있다.

이친구들에게내가해줄수있는일은무엇인가.

곰곰히생각해봐도별로해줄수있는게없다.

다른일이라면술한잔같이하면서시름을주고받겠는데,

몸이아프니그도할수없는노릇이다.

전화라도해서말로써나마뭐라하고싶은데,

막상하려고하니할말도없다.

뭐라할것인가.

그저친구들끼리궁시렁궁시렁수근대는일밖에딱히할일이없다.

조카가딸을낳았다.

마누라가알려준다.

내가큰아버지다.

참귀여운조카였는데,이제엄마가된것이다.

큰아버지로서뭔가해줘야하는게아닌가.

그러나생각해보면별로해줄수있는일이없다.

싱싱하고튼실한물미역이라도좀구해먹여야할일인것같은데,

그건지부모가할일이다.

대구로한번내려가서

얼굴이나한번후딱보고올일밖에뭐가있겠는가.

그러나그것도쉽지않다.

그저생각만하고있는사이에몇날이흘러가고있다.

새벽녘,

대구동생으로부터의전화.

목소리에원망이가득하다.

어머니가다쳤는데,알고있느냐고묻는다.

어머니는동생이모시고있다.

아파트계단에서넘어졌다는것.

모른다.나는몰랐다.

대답이단호할수가없다.

몰랐다는대답을동생은이미알고있을것이다.

그러나그래도몰랐다는게말이되느냐는원망을갖고있을것이다.

어머니목소리에힘이없다.

별것아니라고하신다.그저미끄러졌을뿐이고팔이좀삐었다는것.

마이아품니꺼?마이아풉니꺼?좀조심하시지않고서리…

내말을듣는어머니의표정이어떠한지짐작이간다.

고마들어가거라.

어머니가그만들어가라니나는쏙들어간다.

내려가나마나로미적거리는사이몇날이지나간다.

마누라가이럴땐훨씬현실적이다.

돈이있지않은가.

이렇듯가족과주변을위해

내가할수있는,

해줄수있는일이얼마없다.

마음뿐이다.

게으르고이기적이고삐딱한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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