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가을 날, 그리고 북한산
1989년10월의어느가을날,
북한산을올랐다.
심건식씨라고,
산사진을하는선배하고인수봉뒤를올랐다.
삼지구엽초가그쪽에지천이라는말을어디서듣고
그것을따기위해오른것이다.
과연지천이었다.
너무많으니담을곳이모자랐다.
횡재했다싶었다.
그게아무약효도없는’개삼지구엽초’가아니었더라면그랬을것이다.
인수봉쪽으로나오는어느쪽에참한바위가하나있다.
그선배가바위한번타자고한다.
아래쪽으로오버행이있어꺼림직했으나,체면상물러설수가없다.
장비는그분이챙겨왔다.
오르는것은문제가안됐다.
하산.
오버행이역시꺼림직했다.
그걸의식하니바로내려오지않고자꾸측면으로힘이쏠렸다.
오버행바로직전에서로프를릴리즈하면그냥그대로내려간다.
그런데,옆으로쏠린상태에서줄을놓으니어떻게되겠는가.
갑자기몸이시계추처럼됐다.그폭이어림잡아한20미터쯤됐을것이다.
그거리를로프에매달린채시계추같이왔다갔다했다.
헬멧도안쓴상태였으니,바위에머리를부딪혔다면나는골로갔을것이다.
사진은오버행바로직전에그선배가하셀블라드로찍은것이다.
바위를내려와하산하는데,다리가후들거려서걸을수가없다.
영봉어느암자쪽으로오는데,향냄새가짙게풍긴다.
모른채지나치려는데,사람들이웅성거린다.
그쪽어느바위에서사고를당한어떤젊은학생의추모제가열리고있었다.
쪽빛가을하늘.
짙은향냄새.
구슬픈울음소리.
죽음은결코멀리있는게아니었다.
심건식,
그형은그해늦가을안나푸르나로갔다.
그리고어느계곡에서사라졌다.
일년후,그선배의하셀블라드등카메라장비들이
카트만두의샵에나타났다.
그선배는그렇게세상을떠났다.
벌써20년이지났다.
(ariel님에게서듣고있는음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