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을강화도령에비유하는것도그중의하나다.강화도령은조선조25대임금에오른이원범이강화도에살적의별칭이다.왜강화도령에비유되는가.노대통령에게는별로기분좋은말이아니겠지만,’느닷없이’대통령이됐다는것이그와유사하다는것이고,또대통령답지않은서민적인풍모와언행이여러모로강화도령과닮았다는것이다.
강화도령철종은정치적인면을빼고이야기하자면,우리들에게애틋하고낭만적인임금으로다가온다.60년대신상옥감독의영화로도만들어졌고,박재란의노래로도알려진강화도령의이미지는그래서우리들에게친숙하다.그러나임금으로서의강화도령은불행했다.임금이되어서도강화시절의떠꺼머리총각의행태를벗지못한채소아병적인언행과기행으로꼭두각시처럼살다가겨우삼십초입에생을마감한불행한임금이었다.섭정(攝政)과세도정치등당시의정치적상황탓도있지만,철종의불행은그가사사로운감정을벗어나임금이라는공인으로서의역할을수행하지못한것도그단초의하나였다.
불안의책임은노대통령자신
노대통령이집권여당의대통령후보로나섰을때,국민들은그의솔직담백함과서민적이고소탈한풍모와언행에반했고,그것이국민적지지로이어져대통령이됐다.이런점에서’느닷없이’대통령이됐다는지적은맞지않다.그런데,집권1백일을겨우넘긴시점에서노대통령에게내려지고있는평가는혹독하다.북한핵문제와경제문제등국가적주요현안에대한지지부진한정책수행이그렇고,그의대통령답지않은언행도이에가세한다.그래서"강화도령같다"라는비아냥거림이섞인지적과비판이나오고있는것이다.노대통령에대한지지율도하락세로치닫고있다.한마디로노대통령정부의모습은불안하다.
대통령과정부가불안하면나라가불안해진다.국민들은어떻게될까.강화도령에비유되고,그래서그얘기들이술집의안주거리로씹혀지고있다면여간심각한문제가아니다.대통령이면서도대통령같은생각이안든다는말들도많다.세간에떠도는말로’노통장’이라는직함이귀에와닿는다고말하는사람들도많다.
불안한정부를책임질사람은노대통령자신이다.그리고현정권의불안함의단초는상당부분노대통령개인에의해조성된바가적지않다.강화도령이철종이되어서도임금답지않은언행으로일관한배경과는물론다르지만,노대통령의이즈음의언행은,그가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는모르겠으나분명대통령답지않은것들이고,그로인해소모적이고쓸데없는논쟁거리를양산하고있는것은정말문제다.문제의핵심은대통령으로서의언행이공과사의구분이확연하지않다는것이다.
청와대음식이입에맞지않는다고,평소에좋아한다는삼계탕을시중의음식점에주문해시켜먹었다는얘기는,강화도령이철종임금이된후,강화도사가에있을적에즐겨먹은시래깃국과막걸리맛을못잊어시래깃국은강화의곽씨집에서,막걸리는한양의이문안에서구해먹었다는얘기를연상케하는대목이다.
공인과감정주의의불륜
노대통령은특히말이문제다.그는대통령이된후에도여전히사사로운감정이담긴거친표현의말들을간단없이쏟아내고있다.지금까지그말들은국민들을어리둥절케하고정책의혼선을준측면이강하다.사적인감정을토로한말들외에정책과관련된말들,이를테면언론에대한,한총련에대한,대북송금의혹특검에대한,그리고NEIS에대한말들이대표적인것들이다.국민들은그것들을다기억한다.대통령의말이이러니그의측근들의말도원색적이고거칠어진다.이창동장관의말도그렇고,’노사모’를이끌었던명계남과문성근의말도그렇다.
"대통령못해먹겠다"라는말을공공연히,그것도사석이아닌공식석상에서한것은대통령답지않은감정표현의대표적인사례다.좀감정적으로이말을원용하자면,대통령하지않겠다는말이된다.어떻게일국(一國)의대통령이이런말을할수있는가.물론대통령도감정의동물이라는사람이기때문에감정의표출을할수는있다.그러나그렇다고해서시정의장삼이사들이쓰는표현을별다른감정의절제없이내뱉었다는것은어떤변명으로도이해가될수없다.오죽했으면대통령의이말을되받아"국민노릇못해먹겠다"라는말이나올까.검사들은모아놓고한판벌인대화에서한말인"이제막가자는겁니까"라는말에서국민들은실소했고,이말은세간의유행어가됐다.
청와대경호실경호무술을관람하면서한말은또무엇인가.박정희전대통령이육영수여사가저격당하던순간엎드려숨은것에대해’비겁함’을느꼈다.그러나(경호무술을보고경호원들의노고를생각하니)앞으로는나도그렇게바짝엎드리겠다라는말로대충요약된다.노대통령이당시그자리에있었다면어떻게했을까.숨지않고전면으로나와저격수를노려보면서경호원의총을빼들어응사했을까.자신도(박정희전대통령처럼)그렇게하겠다는말을뒤에라도이어붙인것은그나마다행스러운것이다.대통령은그자체가하나의움직이는국가이다.그래서대통령에대한경호는한자연인에대한것이아니고국가에대한것이다.박정희전대통령도그자신보다는국가의안위를위해몸을숨겼을것으로국민들은믿고싶어한다.노대통령은그점을잘몰랐을까.대통령경호가한자연인으로서의대통령을지키고보호한다는것쯤으로알고있었을까.만일그랬다면,그날그가한말은대통령경호와관련한자신의무지의일단을드러낸것이아닐까.이래서국민들은헷갈린다는것이다.
판사와변호사출신답게노대통령은말을잘하는편이다.그의정치적도약은지난5공비리청문회가발판이된측면이있다.증인들을휘어잡는직설적,논리적언변으로그에게는’청문회스타’라는별명이주어졌을정도다.지난대선에서그는자신의장기인언변을유감없이과시했다.정치인들의도식적이고천편일률적인말들에식상해있던국민들은설득력있는그의연설에신선함을느꼈고,과는지지로이어져이회창후보를누르고대통령이됐다.
그런데,대통령이된후그말잘하는것이오히려화를자초하고있다는것은아이러니가아닐수없다.왜그럴까.답은대통령이라는국가의대표적인공인으로서의말이절제되지않고신중치못하다는데있다.변호사와대통령후보,그시절과대통령이된지금의시점은처세나언행에서확연히달라야한다.대통령의말한마디,한마디가국가와국민,그리고이해관계가걸린국제적인사안에서얼마만큼의영향력을주는지는새삼언급할필요가없을것이다.자기성질에설혹맞지않더라도한나라의대통령으로서해야할말과해서는안될말을가려서하는감정의극기가필요하다.
노대통령은그러나이러한점을간과하고있는것같다.최근자신의전후원회장의땅매매의혹을둘러싼언론의보도태도를정면으로비판하는글을청와대홈페이지에올려그를비호하고나선것도그와무관하지않다.노대통령은땅투기매매의혹의한가운데에있는전후원회장을’선생님’으로호칭,"죄없이억울하게당하고있는사람"이라며"고초를생각하면쉽게잠을이룰수가없다"고감정적으로옹호했다.이메일형식으로청와대홈페이지에올려진이글은노대통령의구술을참모가가감없이담아올린것으로알려진다.
대통령측근이면그자체로서공인이다.그리고특히전후원회장인데다대통령특보로까지내정됐던사람이부정의의혹을받고있다면,그의혹의규명에앞장서야할사람은바로노대통령자신이다.최측근의이러한의혹에대한진상이아직규명되지않은상황에서’부당한의혹’이라고단정하면서사사로운감정을앞세워그사람을끼고도는것은대통령으로서할도리가아니다.
문제성있는기업인으로부터수억의돈을챙긴,그의386참모를’동업자’라는표현으로감싸고도는것도마찬가지다.그리고의혹을보도하는언론을’아니면말고식의잘못된보도방법’운운으로매도하는것은,노대통령의일부언론에대한적대시감정을감안하더라도참으로걱정스러운태도가아닐수없다.
노대통령의이같은언행,특히말에대한문제는그가자신의출신을배경으로한노무현이라는자연인과국가를대표하는최고의공인으로서의구별을잘못하고있지않나하는점을다시한번강조하고싶다.말로인한잦은설화와관련해노대통령은자신이현장을중시하는노동운동가출신이기때문에말이좀거칠고,감정을잘추스르지않은말이곧잘튀어나온다라고말한다.말하자면,어떤사안에대해대통령으로서가져야할이성적인격과사적인감정과의조절이안된다는얘기다.미국의워싱턴포스트가"감정주의는빠른시일안에노대통령의특징이되고있다"는코멘트를최근낸것은이와관련해시사해주는점이많다.
블레어,강화도령그리고노무현
물론그의서민적인풍모와그를바탕으로한소탈한언행이정치인으로서장점의요소가될수도있다.이러한관점에서노대통령을영국의토니블레어수상에비견하기도한다.서민적이고탈권위적인대중정치인으로서의이미지가합치하고있다는것이다.따라서일련의설화도그런관점에서이해되어야한다면서긍정적으로평가하는시각도많다.
그러나아무리서민적이고탈권위적이라도하더라도한그는한나라의수장인대통령이다.대통령으로서할일과할말은따로있는것이다.여기에사사로운감정의개입은금물이다.대통령이라는자리의큰정치는국민을상대로하는것이다.자기마음에맞는측근들하고만하는것이아니다.일부언론이마음에안든다고,그들을배척하며마음에드는언론만상대하는대통령이되어서는안된다.모든국가정책을수립하고시행해나가는과정에서대통령으로서가져야할가장큰덕목은항상국민을염두에두고,국가최고의공인으로서공과사를엄격하게하는것이다.그래야만국가의영이서고국민들이신뢰한다.그리고권위도있어야한다.탈권위주의을지양한다고해서권위마저를버리면안된다.
블레어수상은소매양쪽에가슴을드러낸여자누드의그림이들어있는셔츠를즐겨입고다닌다.또영국수상의홈페이지에네번째아이인레오를안고있는자신의부부사진을크게올려놓고있다.그는’컴맹’임을솔직히고백하고인터넷을배우기로한사실을널리알렸다.블레어수상의이같은언행들은영국수상으로서분명문제가있다.그러나그는권위를가졌다."다우닝가10번지’의주인다운권위를가졌다는것.그리고무엇보다그는국민적신뢰감을갖고있다.그의권위는신뢰와함께영국국민들이부여한것이다.그점이노대통령과다르다.둘다서민적이고탈권위적이지만,차이가나는것은지도력이아닐까.
아직노대통령에게지도력에대한평가문제는시기상조일수도있다.그러나취임후맞닥뜨려진주요국가적사안에대한노대통령의대응방식은국민들로부터후한점수를얻지못하고있다.초미의관심사인북한핵문제와관련,후보시절"해결방안이있다"고공언했지만,대통령이된후이렇다할방도는없어보인다.대신후보시절의반미소신을팽개친채미국의거취에맡기고있다는지적이나오고있다.미국의대이라크전쟁파병문제도그랬다.어정쩡하게파병원칙을정해놓고도미온적인태도로끄는바람에,온나라가그문제고갈가리찢어발릴즈음에겨우이뤄졌다.그후과(後過)는전쟁후의과실을챙기는과정에서드러나고있다.이와는대조적으로블레어는처음부터일관되게미국편에서서파병을결정했다.파병의정당성에관한문제는차치하고정책의결정과집행을지적하고자한사례다.
또화물연대파업문제라든가,대북송금의혹특검,한총련문제,NEIS문제등산적한현안에대처하는자세에서도노대통령은확실한그무엇을보여주지못하고있다.블레어수상이국익차원에서과단성있는정책수립과수행으로영국민들의지지를전폭적으로얻고있는것과비교가된다.같은서민적인풍모의지도자라지만이처럼다르다.
노대통령으로서도여러할말이많을것이다.억울한생각도들것이다.나름대로열심히하고있는데,일부언론이길들이기차원에서해코지하고있다는생각을할수도있다.조건을달았지만,전후원회장에게보낸공개서한의말미에"언론이칭찬해주고싶도록국정을잘수행하겠다.언론에소모적인비판의빌미가되는일이없도록나의마음을다시한번가다듬고내주위를철저히단속하겠다"고쓴것에서,그의이런감정의일단이드러난다.그리고그의이러한절절한감정과지도력을좋아하고아끼는지지계층의지지와성원은여전히뜨겁다.
다시한번지적하지만,노대통령은대통령이라는공인의식을확실히하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이를바탕으로이시점에서왜일들이꼬였는지,그리고왜꼬여가고있는지를다시한번곰곰이숙고해볼필요가있다.대통령의언행은사소한것이라도그자체가하나의국가적인사안이다.그기에사사로운감정을들이댄다면,국정수행의첫단추부터를잘못끼는것에다름아니다.그러면국가와국민이설자리가없어지면서국민으로부터멀어지게된다.언행과국정수행에있어사감의개입은금물이라는점을깨달았으면한다.대통령이라는자리가국가최고의공인임을자각한다면,대통령으로서의할일,할말과아니할일,아니할말을구분하게될것이다.그리고말이하고싶어도말을좀아끼게될것이다.
강화도령철종의불행은그가임금이된뒤에도공과사를구분치못한채여느사가의도령같은행태로일관하면서비롯됐다.강화도령철종이비록타의에의해임금이되었지만,자리의막중함을깨닫고나라와백성을위해친히국정을다스리는,친정에전념했었다면,개인적으로나국가적으로나다른운명이주어졌을것이고오늘의조선역사서가다르게쓰여질수도있었을것이다.노대통령이강화도령의전철을밟는불행이없기를간절히바란다.
200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