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무신

(1)

바다에빠졌다.

국민학교들어가기전인6살때였을것이다.

선창가에큰배가정박해있는데,

그배를미련하게밀면서주저타가배밑으로떨어져버린것이다.

하늘이아련하게보였다.지금생각해봐도이상하다.

가라앉지않고있었다는얘기인데,

그때우리가알기로큰배밑으로떨어지면

배밑바닥스크류쪽으로빨려들어가그냥죽는것이었다.

파란하늘이물결위로아른아른보였다가사라지기도하고,

도크에여러사람들이웅성거리며서있는모습도보이고했는데,

도대체지금내가어디에있는것인가하는아련한의구심이그순간퍼뜩들었던기억이있다.

그때팔하나가불쑥하늘로부터내려온다.

누군가가구해보려고넣은팔이었다.

그팔을잡고매달렸다.그리고끌려올려지고있었다.

살아야했다.당연한얘기다.

그러나그순간,나는삶과죽음의차원과는다른문제로전전긍긍하고있었다.

고무신,흰고무신이었다.

그날아침,어머니가나를데리고시장고무신가계에서사신킨그흰고무신.

그게한짝은신켜져있었는데,한짝이발에매달려달랑거리고있었던것이다.

그한짝이떨어져잃어버리면절대안될일이었다.

어머니에게맞아죽을일이었기때문이다.

나는죽어도좋다고생각했다.

대신고무신만은무슨일이있더라도신켜져있어야했다.

팔의주인공은나를기어히끌어올렸고,나는그분의등에업혀집까지날라갔다.

갑자기눈에서불이튀었다.어머니가정신들라고귀싸대기를후려친것이다.

뿌옇게주변이보였다.

주변을둘러보다가내가손으로짚은것은물에젖은채신켜져있는고무신이었다.

그리고나는다시뻗어버렸다.

(2)

외할머니가돌아가셨다.

고속버스로부산가는내내울었다.

나에게는어머니이상의외할머니였다.

유년의나를키워주셨기때문이다.

학교를마치고결혼을할때까지외할머니는기다려주셨다.

그러나거기까지였다.

집안문제로외가쪽과불화가생기면서외할머니도나를좀꺼리셨다.

80을넘긴연세였다.

외할머니는화장을유언하셨다.

그리고다니시던절뒤야산에뿌려달라고하셨다.

외할머니를화장하던아침부터나는고주망태가돼있었다.

할무이,할무이.암만불러도할무이는없었다.

불이활활타고있었다.외할머니의모든것들이날라간다.

불속으로뭔가던져지고있다.눈에확띈다.

흰고무신.외할머니의고무신.

나는불속으로걸어들어갔다.고무신은타지않고말짱했다.

그걸가슴에품었다.누군가말린다.

그러나나는기어코그고무신을가슴에서내려놓지않았다.

고속버스로서울가는내내그고무신을안고울었다.

어느날,외할머니가꿈에나타나셨다.

마산의옛집부뚜막이다.

밥뚜껑에소주를부어마시던예전그모습으로.

철아,잘있제.할무이도잘있다.

이제나를고마좀놔도고.

어느날,퇴근하고들어와보니장롱위에모셔뒀던그고무신이없다.

마누라더러물었다.

모른다고한다.나보고치운게아니냐고반문한다.

내가치웠을까.

글쎄,치웠는지어쨌는지잘모르겠다.

아직까지도잘모른다.

외할머니는그이후꿈에잘보이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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