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산’
좋은詩고,좋은노래다.
오늘아침,중앙일보에이詩가나왔다.
일간게재물인’시가있는아침’에실렸는데,
해설하시는분이엊저녁에약주한잔하신것같다.
멋드러진해설은
"인적끊긴저재넘어깊은산속으로들어가
파르티잔이나되라하네"
로끝을맺는다.
근데이상하다.
이詩어디고파르티잔,우리말로는빨치산이되라는구절은없는데,
해설에는섬뜩한이말이등장한다.
이詩는원래정치나이념의선동적인詩가아니었다.
박기동선생이요절한누이를그리워만든글이다.
글전체에누이를추모하는그리음이절절하지아니한가.
그러나시대적상황이이詩를변하게한다.
해서해설하시는분이’파르티잔’운운으로토를다신것에일견수긍은간다.
詩에노래를붙인사람이월북음악가안성현이었고,
노래가6.25당시빨치산들에의해,
그리고그후에는운동권에서많이불려졌기때문일것이다.
그래서한동안금지곡으로묶여있던노래다.
널리알려진사실이다.
아무리그래도詩의본래의미는변하지않는것이다.
詩가그런식으로회자돼흘러왔다고,
詩어느구절에도없는내용과의미를부여한다는것은지나친견강부회다.
이詩를처음대하는독자들도있을것이다.
이런식으로규정하면그들은아하,이런詩구나하고단정하게될것이다.
또하나,
박기동선생이1917년생으로,
아직도생존하고있는것으로표기하고있는것도틀렸다.
박기동선생은지난2004년이민간호주땅에서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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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산’-박기동(1917~)
부용산오리길잔디만푸르러푸르러
솔밭사이사이로회오리바람타고
간다는말한마디없이너는가고말았구나.
피어나지못한채병든장미는시들어지고
부용산봉우리하늘만푸르러푸르러.
그리움강이되어내가슴맴돌아흐르고
재를넘는석양은저만치홀로섰네.
백합일시그향기롭던너의꿈은간데없고
돌아서지못한채나외로이예서있으니
부용산저멀리엔하늘만푸르러푸르러…
송년모임도끝나가는세밑이라그럴까.이노랫소리허전한맘속자꾸맴돌고있네.중년의고개넘는쉰목소리로,푸른나이꺾어지는설익은가락으로.흐르는세월,머물수없이흩어지는흩어지는젊은날의꿈과그리움.인적끊긴저재넘어깊은산속으로들어가파르티잔이나되라하네.<이경철·문학평론가>
(중앙일보12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