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풀기도전에건넨수통물을통채로들이킨다.

아,달다.달다.

마누라는연신감탄사다.

아무렴,그게어디물인가.

설악하고도수렴동에서떠온물이아니던가.

김선배는지쳐있다.

걸음걸이가불안타.

새벽부터시작한겨울설악산길이거진마무리단계에있다.

대청봉을넘어봉정암으로해서수렴동으로내려왔다.

이제백담사를거쳐용대리로나가면된다.

백담사에서용대리길은시멘트포장길이다.팍팍하다.

그걸알기에수렴동에서소주를마셨다.각2병씩이던가.

앞서가던김선배가걸음을멈춘다.

배낭을뒤적이더니뭔가를꺼낸다.초콜렛등주전부리다.

한웅큼입에털어넣더니우적우적씹어댄다.

지친산행길에酒氣까지겹쳐눈이풀린상태다.

영철아,물좀도고.

수렴동을떠나기전채운수통을건넸다.

벌컥벌컥들이마신다.

어,살거같다.

갈증때문에눈이깼다.

몸이만신창이다.

냉장고로갔다.

수렴동물이담긴그수통이온전하게냉장고에들어있다.

뚜껑을열고채로들이키려다가,컵에따랐다.

투명한글래스에설악산하고도수렴동물이담겨진다.

마누라를감동시킨그물.

글래스를들고입에갖다대려는순간,뭔가이상하다.

컵속물에뭔가가갈아앉아있었고,더러는떠다닌다.

이게뭔가.

스푼으로떠서봤다.

그것은씹혀지다가남은초콜렛쪼가리들이었다.

더러는사탕조각같은것도있고.

김선배는자기가씹던초콜렛,

사탕쪼가리들을온전하게내수통에채워넣은것이다.

물은그래서단맛이난것일까.

마누라는그것도모르고,

달다,달다,역시설악산물이야하고감탄했던것일까.

벌써20여년도훨씬더된얘기다.

마누라는아직도그때마신설악산물을잊지못할것이다.

그게초콜렛쪼가리들로달궈진물이라는것도모른채.

아,겨울설악이다시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