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자고일어나보니온천지가눈이다.

눈발은끊임없이하늘에서이어진다.

온동네가눈속에파묻혀간다.

집에서의일상은그대로인데,

눈이오고있어일까,아늑하다.

하얀것은일단좋다.

때묻지않고깨끗하다.

‘온천하가얼어붙어서찬돌과같이도딱딱한겨울날의한가운데,

대체어디서부터이한없이부드럽고깨끗한영혼은아무소리도없이

한들한들춤추며내려오는것인지…’

김晋燮선생이白雪賦에서얘기하고있는눈은영혼이다.

하얗고순수한영혼이하늘에서한들한들춤추며내려옴에감흥하고있다.

눈,그리고눈들이그리는눈발은그래서

그것을바라보는우리들소생의마음을깨끗하게한다.

모든주변의것들은내리는눈속에고즈녁해지고靜化된다.

하여김진섭선생은,

‘눈이내리는공원에는아마도늙을줄을모르는

흰사슴들이떼를지어뛰어다닐지도모르는것이고,

저성사(城舍)안심원(深園)에는이상한향기를가진

앨러배스터의꽃이한송이

눈속에외로이피어있는지도알수없는것이며,…’로

영혼같은눈의아름다움을노래한다.

눈은그렇게내린다.

하얗게쌓여지며내린다.

쌓여진눈은그러나녹는다.

빙하의계곡이나설원이아닌한.

도시나저자거리의눈은녹으면서하얀빛도잃는다.

그저신발자욱이나남기면서

칙칙하고더러운수분으로변할뿐이다.

영혼이그렇게되는수도있다.

우리들영혼도마찬가지가아니겠는가.

순수하고아름다울때가있을것이고,

더럽혀질때도있을것이다.

눈오는날,

길거리를잘돌아들다닌다.

더러는술집으로들가술들을마신다.

내리는하얀눈에절로들들뜬기분으로.

술잔을걸치면서곧더럽혀질눈,

곧더럽혀질인생을어루만져주기도한다.

김진섭선생의백설부는이렇게끝을맺는다.

‘그러나불행히우리의눈에대한체험은

그저단순히눈오는밤에서울거리를술집이나몇집들어가며

배회(徘徊)하는정도에국한되는것이지,

생각하면사실나의백설부(白雪賦)란것도근거없고,

싱겁기가짝이없다할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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