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춥다

춥다,춥다.

정말춥다.

동네를벗어나전철역까지걸어가는길.

잔뜩움추린채눈쌓인논길을걷자니

금새지쳐버린다.

콧물은연신흐르는데,

양호주머니에동여매인듯한손,

그손을움직여뺄게재가아니다.

그러니닦을수가없다.

후드입가리개는금새엉망이다.

콧물에입김에거친숨소리가범벅인채.

엄동의찬바람은맵다.

사정없이몰아닥치는바람에얼골이따끔거린다.

하늘은꽝꽝얼어붙은수정빛얼음밭이다.

새들이줄지어날아간다.

얼음밭을미끄러져가는스케이터들같다.

전철역에는사람들이빼곡히모여있다.

전철문이한파로잘안열린다.

그래서정상운행이안된다.

좀기다려달라는것.

안내방송도,듣는사람들도모두얼어붙었다.

눈이많이왔다고’눈폭탄’이라고들한다.

실감나는말이지만그래서더떨리고춥다.

오기도참많이왔다.

잔뜩눈이쌓인도심길거리는양지와음지로갈렸다.

햇볕이들락거린양지는살아숨쉬는곳이다.

눈도제법녹아걸어다닐만하니사람들이북적인다.

해가들지않는음지는어두운잿빛이다.

옆에서지나치기조차싫은음산한곳이다.

그러나어쩔것인가.

아무리춥고음산한음지라도갈곳은가야한다.

양지에만머무를수야없지않은가.

인생과삶의단면이추운도심길거리에펼쳐져있다.

집으로오는전철안.

눈에익은외판원이차한가운데에섰다.

‘칼갈이’를판다.

대충이런멘트다.

추우시죠.춥습니다.

자,오늘같이추운날,

집에서칼때문에고생하는집사람에게

이렇게편리한칼갈이를선물할줄아는센스를

발휘하면어떻겠습니까.

집사람의추위도단박에녹일수있지않겠습니까?

물건파는외판원도춥기는추운모양이다.

칼가는기계에다추위를덧붙이는것을보니.

‘센스’를갖다붙이면서는자신도멋적은모양이다.

그부분에서어설프게웃었다.

추운웃음이다.

ViolinConcertoinGminor,op.26,llAdagio-Bruch

(항상감사하게듣고있는ariel님의음악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