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특급, 형사, 혹은 Dirty Money

영화를보는기분이제목(title)에좌우되는경우가많다.

제목으로대충영화내용을유추하기때문이다.

일단제목이영화내용과같이가면안도감같은게들면서볼만해진다.

그러나제목과영화내용이따로가면좀복잡해진다.

그렇다고제목에만집착하라는말은아니다.

제목에담긴뜻도파악하고영화평도보고가는게

바람직한영화보는방법이겠다.

‘리스본특급’,이영화도제목이좀복잡하다.

따라서영화제목으로유추해서보면좀헷갈린다.

1971년에제작돼우리나라에는1973년에개봉됐는데,

한글제목이’리스본특급’이었다.

알랭드롱과카트리느드뇌브,

둘모두당시프랑스의국민배우로상종가를치던시기여서

둘이출연한다는그자체만으로도관심을끌기에충분했다.

그기다감독또한역시프랑스를대표하는장삐에르멜빌이었으니까.

영화포스터가붙자마자보러갔다.

개봉관인헐리우드극장으로가면서머리속에영화의내용은대충

그런것이려니하는선입감이생긴다.제목탓이다.

‘리스본특급’이니우선신나는활극이겠구나하는선입감.

당시청파동에서하숙할때라숙대생몇이와같이보러갔다.

그녀들에게도나의선입감을설명했다.

알랭드롱의연기가어떻고카트리느드뇌브의연기가저떻고하는추임세와함께.

영화가시작되면서주인공알랭드롱의독백이흐른다.

"나는24시간형사업무에당한다"

정확하지는않지만,

내가자막으로읽은독백은어법상어색하기그지없는그말이었다.

아차,그러면그게아니다라는생각이퍼뜩떠올랐다.

이영화는치고부수고싸우는신나는활극이아닐것이라는생각.

선입감을바꿔야한다.형사의애환을그린영화일것이다.

결국나는시종일관그런감으로영화를대했다.

끝내주는영화였다.

그러나옆자리에있던숙대생들은어찌됐을까.

거짓말안보태고시작한지얼마안돼졸고있었다.

에이,무슨영화가이리도시시하냐는표정들을담고.

이영화의원제목은’UnFlic’이다.’형사’라는뜻이다.

우리영화포스터에그런제목의표기도있었다.

그단어를알았으면영화내용도대충알아쳈었겠지만,

그게무슨뜻인지모르니그냥’리스본특급’에만집착할수밖에.

이영화는이것들말고또다른제목이있다.

‘DirtyMoney’

이제목은아마도영어권나라들의관객을위한것으로보여지는데,

영화를보면우리의’리스본특급’보다는그래도좀났다.

더럽고추잡한돈이오가는범죄세계를그린영화라서그렇다.

한영화에이렇듯세가지제목이붙어있는경우도드물다.

물론영화는세가지제목을모두공유한다.

주인공알랭드롱이’형사’이고,

달리는리스본行특급열차안에서벌어지는장면들이

압권이라는점에서’리스본특급’이고,

마약상과갱스터들의추잡한돈들을다루고있기에

‘DirtyMoney’의내용도담고있다.

영화를보고난후내린결론은역시원제인’형사’가가장적합했다는생각이다.

어쨌든이세가지요소들을담은영화인만큼내용도좀묵직하다.

특히알랭드롱의비정한형사이미지는상당히복합적인것이라

보고느끼기가보는사람마다다를것이다.

마약범,은행털이로나오는친구시몽(리차드크레나)과의

쫓고쫓기는관계에서묻어나는심리적인묘사도그렇다.

알랭드롱은이영화를통해이미지변신을꾀한다.

‘태양은가득히’에서보듯,

주로젊은범죄자이면서안타까운애정행각을벌이는캐릭터에서

정반대의입장인형사로나온다.영화에서범죄자의심리를꿰뚫어보는듯한

연기는범죄자역으로서의내공이그만큼쌓였기에더욱실감을더한다.

이영화에나올당시카트리트드뇌브는20대후반으로,한창전성기때다.

청순한미모,그러면서도섹스어필한자태로전세계뭇남성들의시선을한몸에받을때다.

그러나시몽의연인캐시로나온이영화에서의카트리트드뇌브의역할은예상보다미미했다.

영화는전반적으로어둡다.

범죄에맞서는형사의애환을그린데다갱스터영화특유의음울함,

그리고등장인물의비극적인종말등이겹쳐진분위기의영화라서그렇다.

아직까지도기억나는장면이있다.

푸른빛안개자욱한밤하늘을가르며나타난헬기.

어둔철길을달리는리스본특급.

그리고헬기에서특급열차로침투하는범죄자들.

이영화는’암흑가의세사람’으로유명한장삐에르멜빌(1917-1973)의마지막감독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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