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 醉

아침에일어나니소파위에담요만걸치고누워있다.

옷은얌전하게식탁의자에걸려있다.

목도리와장갑도제자리에다들있다.

머리는무겁고속은쓰리다.

트림속에백세주내음이역겹게풍긴다.

한선배가갑작스레제안한’소백산맥’이란술.

소주,백세주,산사춘,그리고맥주를섞어만든술.

그걸마셨는데,왜유독백세주냄새가나는지모를일이다.

엊저녁에어떻게왔을까.

지갑을꺼내보니그리큰지출은없다.

서초동에서지하철이나버스를탔을리만무하다.

어렴풋한기억하나.

강북에사시는선배와차안에서무슨얘기들을주고받은것같다.

전에도그런경우가있었다.

강북자택으로가시면서광화문동아일보앞에서내려주면,

나는길건너버스정류장에서새벽2시까지다니는

9708이나9713좌석버스를이용하곤했다.

아마도그렇게왔을것이다.

어떻게좀운신을하려고몸을일으키니어지럽다.

빙빙돌고헛구역질이계속나온다.

마누라는측은한표정이다.

술만마셨다하면고주망태가돼들어와서는

흐느적거리는작태를보는데이력이났을것이다.

뭘먹어야한다.빈속에다술을들이부었다.

안주도별로안먹는습성이니속은텅비어있을것이다.

마누라해주는걸기다릴수없다.내가해야한다.

멸치다시국물을만든다.

신김치빨아놓은게있다.그걸잘게쓴다.

다시국물이한참팔팔끓을때그것을넣는다.그리고밥을넣고푹끓인다.

마늘에조선간장,그리고혼다시조금.

한참끓이면뻑뻑한죽같이된다.

어떨땐된장을넣기도하지만,속이쓰릴땐맵고짠것을피한다.

계란하나풀어넣고,맛김을넣고그렇게해서먹는다.

입맛이있을수있겠는가.그래도먹어야하기에한냄비를다먹었다.

그리고다시소파에드러눕는다.쓰린속은쉽게풀릴기미가없다.

녹차,홍차에다커피까지거푸마셨다.

아무리그래도속과머리,그리고움직임은계속어리버리하다.

그래,그럴것이다.아무리속에좋은해장국에벼라별좋은것을다먹어도안풀린다.

결국은시간이해결해줄것이다.

한오후서너시면정신이서서히돌아올것이고입맛도돌아올것이다.

그런기대로소파에누워버틴다.텔레비전을본다.머리가지끈지끈하다.돌아눕는다.

비몽사몽상태로끙끙댄다.시간아어서가거라.

어설픈잠이들었던것같다.시계를보니오후5시가지나고있다.

그래도증세는여전하다.속은더쓰리다.어떻게든뭘좀먹어야한다.

된장에밥을비벼먹는다.도저히못먹겠다.

큰아이가나가더니뭘사오는데,초콜렛과육포다.

초콜렛바를하나꺼내먹었다.단(甘)기라서그럴까.정신이좀느긋해지는느낌.

그러나그것도잠시다.어지럼증을여전하다.일어나앉아있기는여전히거북하다.

왜이리오래갈까.얼마전까지도오후만되면술이깼다.

술이깨면서다시출출해지기까지도했는데이제는그렇지못하다.

얼마전,친구부친문상때한친구가한말.

이야이상하제.나이60들이되니까와이리전부다폭삭늙어보이노?

그말에친구들면면을둘러보니그런것같다.

술에장사는없다.

나이에도장사는없다.

나의宿趣도나이를먹으니나이값의그노릇을톡톡히하고있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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