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

전철역에서집으로오는길.

녹지않은눈길은미끄럽고들녘의바람은매섭게몰아친다.

한창웅크린채뒤뚱뒤뚱걷고있는데,

저앞에서누가온다.전철역으로가는모양이다.

언뜻보기에아,그분이구나하는느낌.

순간어떻게할것인가하는망설임.

아는체하고인사를해야할까,아니면말고그냥지나쳐버릴까.

그분은언론계대선배다.

아파트같은동에산다.바로옆현관이다.

한때언론유관단체서일하면서뵌적이있다.

그것아니더라도그분의이력은꽤많이알려져있다.

3共시절,反유신독재언론활동으로많은고초를겪으신분이다.

한3년전인가,역으로가는같은길을함께걸어가다인사를드린적이있다.

이런저런얘기들을나누면서그선배분과공유되는부분이꽤있었다.

나와같은동의아파트에사신다는것도그때알았다.

그선배분은자식들다출가시키고사모님과둘이단촐하게그곳에계신다.

전화번호를주시면서종종연락하자고했다.

집에도한번놀러오라고했다.예,예,그러겠습니다.

그후에도가끔씩그길에서마주치곤했다.어떤때는사모님도함께계셨고.

그때마다오고가는말은천편일률적이다.한번연락하자는것.

그러나한번도따로전화로인사를드리거나찾아뵌적은없었다.

폭설과한파가몰아치던올1월초순에도몇번마주쳤다.

역에서올라와웅크리고가는길에서다.그때는인사는물론아는체도못했다.

춥기도하고또새삼아는체인사드리는게어색하기도하고.

그러나한편으로송구스럽기도하고.

인사를드려야지.

고개를푹숙인채걸어가는그분앞에서아는체를한다.

알아보신다.악수를교환한다.어색하다.

그,같은동네에살아도한번보기가어째잘안되는구먼…

먼저건네시는말씀.

아이고,무슨말씀을,제가찾아뵙고인사도드렸어야하는데…

화제를바꾸자.

어디에가시는모양이죠.요즘어디나가시는지요?

나가기는요.그냥왔다갔다하지요.

오늘은삼성병원영안실가지요.허,허,이리추운데…

그러면서명함을꺼내준다.

어느언론사사외이사명함이다.

사장으로있던그아무개가준자린데,

이제그친구도그만뒀으니까나도그만해야지요.

그기까지다.할말이서로없다.

또그말밖에없다.

연락한번꼭올리겠습니다.

‘꼭’이란말에힘을준다.느낌이그랬다.

그럽시다.한번봅시다.

그리고그분은역으로나는집으로.

사람들과의인간관계,특히윗분에대한태도가이래서는안될것이다.

참자의적이고이기적이란자책,자괴감이든다.

새삼다짐을해본다.

‘꼭’연락을드리고동네에서한번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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