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혹은 ‘설주’
예전기자생활할적에낮술많이먹었다.
초짜땐주로먹혔고,나중엔스스로먹고그리고먹였다.
선배들은낮술을’설주’라고불렀다.
그때는왜’설주’라고하는지모르고마셨다.
그이름이그런대로거부감이없었고,
또선배들이그렇게불렀기때문이다.
나름대로생각해봤다.
‘설’이주는의미는뭐랄까,좀풋풋하면서설익은느낌을준다.
낮술은임시적인술자리다.퍼지고앉아마시는술자리가아니다.
말하자면,궁딩이퍼질고앉아마르고닭도록마시는곰삭은술자리가아니고,
설익고산란스런술판이낮술의분위기다.
그런점에서’설주’의유래가어떻든나름낮술에합당한표현이라는생각이다.
지금도그렇지만그런분위기는애시당초나에게낯설은것이었다.
그러니나는낮술에약했다.잘갔다.
‘설주’한잔-그것이특히소주라면-의맛은약간덜익은포도맛이었다.
그포도맛이진하게느껴지면,나는그날마음의준비를해야했다.
‘설주’가참곱살맞게다가오기시작한것은백수가되면서부터다.
혼자어두운골방에들여박혀일하니容手가하애지는,
말그대로’白手’생활의낮술은나를만나는통로가됐다.
그러다스스로의기분만으로세상을보고만나는통로가되기도하고.
집에서마시는낮술의기운이세지면,
종로로,마포로,광화문으로이어지기도하고.
이즈음의’설주’는좀어색하고낮설다.
한동안낮에집을비웠기때문이다.
다시어둔방을꿰차고있자니,
낮술,아니’설주’가다시나를반긴다.
오늘은소주한석잔마셨다.
한참늦은점심격인상추쌈과된장국,그리고오징어젓갈이안주다.
마실땐진수성찬에꿀맛이었는데,지금은좀허전하다.
광화문으로나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