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게 으 름

매번가는산에서곧잘마주치는장벽하나.

해야할까,말아야할까.

오르기전계획은있다.

그러나오르면서,지쳐가면서차츰원래생각이엷어진다.

저기를넘어어디까지가서그것을보고내려가자.

그렇게계획을해놓고는그렇게하지못한다.

생각이게을러지고움직임도게을러지고.

그렇게해서포기하는게대부분이다.

좀미안한생각이든다.익스큐스가있다.

에이,나이도그렇고.

비봉능선을걸어사모바위에도달한다.

자,어떻게할것인가.

생각들이갈린다.

계속해서걸어적어도대남문까지가자는친구,

그리고밥만먹고그만내려가자는친구.

나는주로후자쪽에선다.

대남문까지가는건좋다.그러나한구역이지겹도록싫다.

문수봉을우회해청수동암문까지가는길이다.

그산길이힘들고지겨워대남문까지잘안간다.

어제북한산엘후배들과올랐다.

불광동에서올라족두리봉,향로봉으로이어지는코스를택했다.

5년아래지만,그러려니했다.같이맞붙어도괜찮을것이라는자신감.

그러나막상산을오르면서이게아니구나싶었다.

체력이그후배들에비해떨어지는것이다.

족두리봉쪽에서는숨이차고무르팍도쑤셔온다.

안따라갈수도없고.

사모바위.

후배들은대남문으로가자고한다.

‘게으름的’인말을했다.

그문수봉우회길이지겹고싫다.

후배들이손사래를친다.

행님,그쪽으로와갑니꺼.그냥문수봉으로올라버리면될낀데.

그거위험타.옛날에한번올랐다가식겁했다.

행님,요새는괜찮십니다.쇠기둥잡고올라가모됩니더.

안따라갈수가없다.

문수봉은과연후배말대로쇠말뚝을군데군데위험한곳에박아놓아길이만들어져있다.

힘은조금들었지만,새로운코스라생각하니오르는게재미있다.

얼마좀올랐다싶은데,벌써문수봉정상이다.

힘을좀쓴탓일까.파이팅이되살아난다.

게으름도사라져버린것인가.

후배들더러"더가자!"고하고프다.

그런데마음한구석에서그렇게하지말라고한다.

게으름이다.

게으름은또몽실몽실피어나고있었던것이다.

(문수봉에서후배들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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