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산꾼 閔 병태와 치밭목산장(II)
얘기를끝내마다하는민병태를계속채근한다.그에게서어렵게나온대답은이렇다.억지로대자면산생활이좋겠다는것과산장지기에대한호감이있었기때문이라고.그는산장을지키면서책이나봐야지하고들어왔다고했다.그가들어오면서한참신혼의단꿈에부풀고있었던부인(정연숙)도함께들어왔다(정연숙은그러나91년첫애를가진후출산을위해하산한후지금까지진주에서애들-10살난딸과8살된아들-을기르고있다).대답은그뿐이다.무슨나름대로말못할계기가있을것이라는기대는무산되고말았다.그에관해알려져있는얘기들에대해서도웃음만짓는다.동아대학을졸업했고,진주에서개인사업을했고,형님회사에서공장장도했었다는,입산전자신의얘기에도그는그저웃을뿐긍정도부정도않는다.단하나,서정배회장의제의를받고일주인만에주변을정리해폐허가된치밭목산장으로올라왔다는것.그때가86년9월.산장지기로첫번째맞는겨울은추웠다.한겨울최저기온이영하25도까지내려가고평균영하10-15도에머무는겨울산.밤은어찌도그리빨리찾아오고,눈은얼마나내리는가.어떻게견뎠는가고물으니,지난일들은잊어버리려고노력한다며웃고만다.

민병태는잘웃는다.처음대하면냉소같기도하지만,얘기를나누다보면그게자기가하고자하는속내의표정일것이라는생각이든다.산생활에서무슨말이필요하겠는가.치순이하고라면모를까,하루종일말한마디없이산속에서산만보면사는그의일상에서그가짓는웃음은웃음이상의의미를가질수밖에없다.산에대해물었다.우문인지안다.또웃는다.그러면서그냥좋다고한다.한마디더붙인다.산은가만있는것같지만그자체가살아있는존재란다.보는마음에따라시시각각으로변해다가오는산이라는얘기다.그리고는또그냥산이좋다고했다.산과얘기를나누는경지가어떤지는모르겠으나,민병태의웃음속에커다란지리산이들어가있다는느낌이들었다.

산악회후배가마침산장에들렀다.비로소그의목소리가커지면서사람이좀활달해지는것같다.여러가지많은주문을한다.오늘손님이왔으니밥을잘지으라는것에서부터,부엌방을치우라는것등에이르기까지.통영산다는그후배(강균석.31)를아끼고좋아하는기색이역력하다.산꾼들의질서와우애가남다른것은익히알고있지만,둘간의사이가너무좋아보인다.가끔한번씩진주등에사는후배들이들린다고한다.그후배말로는여러후배들이한번씩들리는것은그나름대로이유가있다는것인데,그것은민병태를진주에있는집으로한번씩이라도내려가게하기위해서라는것.그러나자주내려가게하기는어렵다고했다.

말이나온김에가정에관해물었다.산이좋아산에들어박힌남편에대한아내와자식들의마음이어떨까하는조바심을깔았다.아내가애비노릇을하고있지만애들은아버지를좋아한다고했다.그러면아내는.아내와도사이가좋다고했다.그럴수있을까라는표정에,이미세뇌가됐기때문이라고덤덤하게말한다.진주에가서확인해보겠다면서전화번호를알려달라고했더니왠희안한짓거리냐는표정이다.그러면서이내심각한표정이다.아내가고민이많다는것이다.벌어논돈도없고재산도없으니애들교육문제가걱정꺼리라는것이다.그러나자기는원래고민체질이아니라서크게고민하지는않는다고했다.분수에맞춰살아가면무슨문제가있겠냐고했다.그러나역시편치않은표정이다.

(유평계곡에서치밭목산장가는길이이정표)

민병태의하루일상은어떨까.그는처음에는아무런생각없이지내고있다고했다.자고싶으면자고,나가고싶으면나가고라는식으로아주편안한것처럼얘기했다.그러나그게아닐것이다.그의얘기스타일이그렇다는것을알았기때문에,끈질기게그렇지만은아닐것이라고물었다.그러자그는긴장상태로지내는시간도많다고한다.수시로들이닥치는등산객들을대하는것도그렇지만,각종안전이나조난사고에대비해항상나갈수있는상태로있어야하는그나름의일상의고달픔이배어나온다.그러다가본말이나온다.심심해할여가도없는초긴장상태로지나는때가많다는것이다.똥쌀시간도없을때도있다라는말도한다.해서산능선만바라봐도바빠진다고한다.시시각각으로변하는능선을보고있노라면어떤사고가있을것이라는예측이생겨나기때문이라는것.그래서깊은잠도못이루고해서스트레스가많다고비로소털어놓는다.

민병태는매년한30명쯤의조난이나안전사고등산객을구한것으로알려진다.그는이에대해대피소지기로서의의무사항이라는것,그리고일일이세보지도않았고특히지나간사고에관해서는기억하기싫다면서구체적인언급은피한다.민병태는지난97년7월지리산일대에내린집중호우때많은인명을구했다.몇날을밤을새워구조작업에뛰어들었다가자신도실종되는사고도겪었다.그는그때의공로로경상남도가선정한‘자랑스런시민상’을받는다.그러나민병태는그에관해한마디도입을열지않았다.당연히할일이었는데무슨할말이있겠냐는것이다.

소주한잔을곁들인저녁상에서야민병태의말문은점차열려가고있었다.산장지기로서느낀환경보호와산행도덕문제등에관한그의해박한지식이달변으로이어진다.그는자연사랑은곧자기자신에대한사랑으로생각하고실천하는게중요하다고했다.인간이생태계의최고정점에있는것이아닌만큼생태계파괴를주도하고있는인간이곧그것에대한최대의피해자가될것이라는경고도한다.궁극적으로인간도자연의한톱니바퀴라는마음가짐으로자연환경과생태계를대해야한다고했다.그는예로치밭목에군락을이뤘던취나물을든다.지천이었던취나물등각종산나물들이사람들의무분별한채취로크게줄어들면서야생조수들도사라지고있다는것.산돼지등야생동물들의먹이가되는각종산나물의새순돋아나는시기와사람들의채취시기가맞물리면서결국이들야생조수들이굶주리게되면서사라지고있다는것이다.이로인해먹이를찾는야생동물들이산아래과수원이나밭작물을해치면서많은피해를사람들에게돌려주고있다는것이다.그는그러면서봄날이면떼를지어나서는산나물채취관광단을지적한다.이들이한번지나가면그근처나물밭은쑥밭이된다는것이다.치밭목의그유명했던참취가그래서지금은거의없다는것이다.그는또산행객들이산에서고함치는것을극도로싫어한다.산에사는식물과동물의생장에아주나쁜영향을준다는것이다.그는정부의자연환경과국립공원정책에대해서도비판을서슴치않는다.그는국립공원내말단직원들이제일불쌍하다고했다.그도역시말단직원이다.

앞으로의계획을물었다.없다고한다.굳이세울필요도없다면서자기좋아하는대로그냥살아가면된다고한다.그러면서모든일들이계획대로되느냐고반문한다.산장을계속지키겠냐는질문에여건이안되면내려갈것이고,여건이되면안내려갈것이라는선문답같은대답이다.그의이반문과애매모호한말속에서그나마그의현실감각이묻어나온다.사실그는어렵다.한해에가족들을볼수있는날은손가락으로꼽을정도.게다가손익분기점에도턱없이모자라는산장수입은경제면에서가장의자리를위협하는큰요소다.아무리오지산장의지기라지만,그도물론당초가족들과밥은먹고살아야지하는생각을했을것이다.해서대피소서물건도팔기도했지만,그의표현대로‘몇년해보니헛방’이더라는것이다.그래도그는남보다는못해도밥은먹고산다고했다.그의말을어떻게받아들여야하나.

다음날아침부터장마비가내렸다.민병태는이른아침에어디서표고버섯을따왔다.그것을후배가소금으로간을해찌개로아침상에내놓는다.그맛이란…빗속의지리산을내려오면서민병태라는사람을정리해보려했지만,도저히감이오질않고잡히지도않는다.뭔가를잡아내야이글을마칠수가있을텐데.그런데서울로올라와다시번잡한일상으로돌아와서야그의참모습이느껴진다.그러나그것을글로표현해낼재간이없다.치밭목산장안에걸려있던제석봉상고대사진에쓰여진싯구가생각난다.

산은오지도가지도않는다….산은기다리지도가지도않는다.

(2000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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