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백석동에서 길을 잃다

당산동에서분명버스는잘탔다.

870번아니면9707이었을것이다.

마지막술집을나온게언제인지는기억에없다.

다만심야버스가새벽2시까지있으니,

그것만은어떤경우라도입력돼있는덕분으로용케탈수있었을것이다.

버스안에서이내잠이들었을것이다.

버스는능곡을경유해일산으로들어간다.

내가내릴곳은능곡이다.

능곡역쯤에서눈을떴다.다음다음에서내려야지.

그러나그순간을참지못하고눈이다시감겨져버린모양이다.

눈을뜨고보니아,여기가어디인가.

온세상이하얗다.기사에게물어보니백석역이란다.

몇정거장을지나쳐온것이다.

허겁지겁내리니눈보라때문에눈을못뜰지경이다.

온통백색의천지다.

억수로내리는눈은이미도로를뒤덮어거리분간도안된다.

백석역이니까다시거슬러올라가야한다.

시계를봤어야했다.그러나취했겠다,그리고내리는때문에정신이없다.

그저건너편으로가버스가오기만을기다릴요량으로도로를건넜다.

아무리기다려도버스는오지않는다.눈은계속내리고있다.

택시도오지않는다.어떻게해야할것인가.걸어갈수도없고.

난감한와중임에도눈오는풍경이기가막히다.

바람에날리며내리는눈,그리고겹겹이쌓여가는눈은순수그자체다.

길은잃어우왕좌왕하지만,그풍경을그냥둘수가없었을것이다.

마침가지고있던디카을생각했을것이다.

비틀비틀하면서도몇컷을찍은기억이있다.

아침에눈을뜨니집이다.어떻게들어왔는지모르겠다.

택시를타고왔을것이다.그러나기억에없다.

소지품을살펴보니없어진게있다.장갑한짝이다.

버스에두고내렸는지,아니면택시에두고내렸는지…

디카를보니사진이몇장찍혀있다.

술에취해비틀비틀거리면서찍은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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