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山子’ 李 우형 선생 (III)

고지도연구가로서또한지도제작자로서이우영은지도만들기와관련해‘생활지리’를강조한다.

지도에는그시대사람들의생활상과땅과산과물을보는심성이나타나있는만큼

산수경(山水經)의개념을바탕으로해야하며,

이를도외시하면그시절사람이그땅에살수가없다고말한다.

이러한관점에서우리지리교과서에서다루고있는산줄기의개념이

아직까지산맥개념으로다뤄지고있는점을안타까워했다.

“한시바삐이땅의산줄기를지도상에제대로표기하는일도본격화돼야합니다.

우리지리교과서상의복잡한산맥구도와이름은일본식표현입니다.

우리선조는백두산에서지리산까지의백두대간을하나의등줄기로보고

(장백)정간하나와13정맥으로국토를파악했습니다.”

(李우형선생이제작한’山經圖’)

우리산과백두대간을얘기하는이우영은산꾼그모습이다.

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그동안잊혀져왔던백두대간을산경표등

고서적에서찾아내문제를제기한것도다름아닌이우영이다.

그는산경표를통해우리의고유한지리개념인1대간1정간13정맥을발굴하는뜻깊은일을해냈다.

“원론적으로아직정립이안된상태입니다.나는개념정도를파악해냈을뿐이고…

우리는지금까지일제가지하자원의수탈을위해세운태백산맥이니차령산맥이니하는

지리개념을아직까지사용하고있습니다.이는지질학에서나필요한개념이지

우리강토를총체적으로이해하는데는거의무용지물인것입니다.

산에서비롯된물줄기의흐름이바뀌면기후나토양도바뀌며

거기에기대어사는사람의품성도바뀌는것인데,

우리는어처구니없게도그일제의지리개념에의해무감각해진체

별생각없이우리땅을망가뜨리고있습니다.”

이우영은요즘들어산악인들을중심으로백두대간의개념이널리확산되고있고,

이와함께백두대간을종주하는산행이많아지고있는점은

우리국토를알고사랑하는차원에서바람직한것이라고말한다.

그러나각종난개발로인해백두대간이망가지고파헤쳐지고있는데대해서는분노을표했다.

이즈음그가정성을쏟고있는작업은산수경에관한책의집필이다.

우리지도의기본개념인산수경에관해그동안말로만해왔는데,

이제는이를이론으로정립해널리알리기위한전초작업으로책을집필중에있다.

이와함께그는그의본업인지도제작도하고있다.

문화재지도를의뢰받아제작하고있는데,‘경주유적분포도’(5천분의1)는완료했고,

지금은안동대의의뢰로‘안동지역문화재지도’를만들고있는중이다.

이우형은자신이한일,그리고하고있는일에대해말을아끼는편이다.

당연히해야할일을한것이라는겸손함의한표현일수도있겠다.

그러나한편으로그겸손함의뒤에는뭐라고딱꼬집을수없는감정이배여있음이느껴진다.

시니시시즘(냉소주의)같기도하고저항감같기도한…

그는김정호를연구하고,대동여지도를완성하고,

산수경개념의우리지도를연구하면서거의사재를쏟아붇다시피했다.

그과정에서그가당하고느낀고초는이루말할수가없다.

그와만나는과정에서그는‘혼자할수없는일’‘해도누가인정을해주겠는가’

‘개인적으로연구하는것한계가있다’는말을여러차례했다.

(한창답사에몰두할당시의李우형선생)

이우영은그가대동여지도연구를위한답사과정에서한강탐사를함께했던

한강의마지막뱃사공禹동봉노인에대한얘기를많이했다.

한강의마지막뱃사공으로서그노인이갖고있던자기일에대한굉장한자부심과자존심에얽힌얘기들.

왠뜬금없는얘기인가할정도로,그노인의얘기는김정호라든가대동여지도와는관계가없는것이었다.

그런데이우형을몇차례만나고한참을지나생각을해보니

왜그가우동봉노인얘기를했는지가어렴풋이느껴졌다.

그것은자신이해놓은,그리고하고있는일에대한그나름의자부심의한표현이라는것이다.

우동봉노인이뱃전에서한강을바라다보면서

‘이한강내꺼여!’라고한말을이우영에대입시켜보면서아,그렇구나하고무릎을쳤다.

(끝)

(李우형선생은2001년별세했다.삼가명복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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