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酌
BY koyang4283 ON 3. 16, 2010
술꾼에게자천이던,타천이던한잔술의유혹을떨쳐내기란여간간단치가않다.친구들과있을땐별문제가되지않는다.유유상종이랄까,모이는면면들도다들한잔씩하는류들이기때문에의기투합이가능해지기때문이다.문제는혼자서마시고싶을때이다.혼자서무슨술이냐고반문하는사람들이많다.알콜중독자쯤으로치부할것이다.
그러나나는시도때도없이혼자서술마시고싶을때가많고또혼자서잘마신다.즐긴다고할수있다.이유는혼자있는시간이많고,또혼자서마시는술이나에게는좋기때문이다.시내에서일을보고난후에도누구누구에게전화를잘하지않는다.훤한대낮이고보면다들바쁘게일할시간일것이라는자격지심이쌓여진결과라고도할수있지만,약속이없는한은혼자서마실마땅한곳을찾아가서마신다.특히돌아다니느라배가좀고프다싶으면혼자마시는술에대한욕구가더욱짙어진다.
주로식당같은곳에가서마신다.술만파는곳이아니라밥과찌개도팔고안주도파는그런집을자주찾는다.단맛있다고좀알려진그런집을찾는다.대충광화문부근에서는‘피맛골’골목의생선구이집이나,구화신백화점뒤설렁탕집이자주가는곳이다.가서는술을시키면서안주보다는밥을시킨다.설렁탕집에서는도가니탕을,생선구이집에서는고등어백반,그리고일반밥집에서는비빔밥등을주로시킨다.그리고는소주와함께마시고먹는다.소주는한병을시키는데다마시지않는다.반병정도마시면딱좋다.밥류와함께마시기때문에포만감이들면소주는그만마신다.반병정도에도취기는느껴진다.물론밥은다비운다.맛있게마시고맛있게먹는다.
식당주인을비롯한주변시선이이상할때도없잖아있다.반백의머리와,잠바를걸친어줍잖은몰골도그렇지만,혼자들어와서는밥과술을게걸스럽게먹고있는꼴이,흡사막노동꾼이며칠분일당을받고는허기를채우는것쯤으로볼수도있다.아니면상처한지얼마안된중늙은홀아비가끼니를때우기위해들린것쯤으로볼수도있을것이다.
혼자서마시는술의경우밖에서만마시는것은아니다.집에서도혼자서잘마신다.밖에서일을본후라도호주머니사정이여의치않고,뭔가일이잘풀리지않는느낌이들때에는대체적으로집으로온다.오는버스안에서무슨안주를할것인가를생각한다.그리고집에무슨반찬이있는지도챙겨본다.그래,이것을먹자고정한후집근처가계에들러그것을준비한다.
주로먹는것은덩어리소시지와생오이,그리고고추장.소주한잔을들이키고소시지를한웅큼베먹고는고추장을찍은오이를함께먹는다.맛있다.배고프고술고플때,나에게이만한안주는없다.또들라치면계란을한두개후라이드해역시오이와고추장과함께먹기도한다.이렇게먹을때도소주반병이상을넘기는일을거의없다.적당히배가불러오고취기가느껴지면그만마신다.
그게뭐술마시는것이냐고반문을할것이다.밥과함께마시는반주정도라고할것이다.그러나반주라는것은끼니때함께마시는것이지만,나는끼니는무관하게시도때도없이생각나면마신다는점에서차이는있다.이렇게혼자서마시는술이나에게좋은것은내가먹고마시고싶을정도로할수있고,상대방이없기때문에누구를의식하지않아도된다는점이다.일견이기적인측면이많은음주행위라고할수있다.
이런술버릇이일자리를잃고혼자서일을하면서생긴,말하자면‘백수의산물’이라는것을부정하지는않는다.친구들외에사람들을별로만날일이없어지면서,자연술도혼자마시게된것이다.혼자서살아가야하는현실앞에서면자연몸을움츠리게되고이기적으로된다.그래서생겨난나혼자만의술버릇인가.그렇다고세상을원망하고저주하며악에받쳐마시는것도아니다.그저일상의한부분처럼배를채우면서마신다.
이렇게혼자마시면서변한것이있다면,앞에서얘기했듯우습게도식습관이바뀌었다는점이다.‘삼시세때’의개념이없다.그저배고프면먹고,배가안고프면안먹는것이다.전에는세끼를채우지않으면무슨일이일어날듯이챙겼다.또하나,전에비해취기를온전히느낀다는점이다.예전에는술을마시면술에취해가는과정을느끼지못했다.처음만생각나고어떻게취했는지도모르고그냥다음날을맞는그런술버릇이었는데,근자에는술취하는것이느껴지고내가하는언행도어느정도알수가있게된것이다.
혼자서마시면생각을많이한다.말할상대가없으니,하는행위라고는술을쏟아넣고안주를오물락거리며씹어삼키고하는것외에별다른무엇이없다.단순한짓거리의반복속에서많은생각들이왔다갔다하는것이다.술을따라마시고밥과반찬을삼키고하는행위와는별개로머리가작용을한다는것이다.맛있다라고느끼면서머리속에서는별의별생각을다한다.어떻게살아가야할것인가는포괄적이고영원한안주감으로작용한다.각개적으로는당면한여러문제와고민들에대한생각,역시좋은안주감이다.겨우삼,사십분정도마시는시간이지만,밤새마시면서느낄생각들을다하고있는것이다.
최근에혼자마시기위해개발한안주감이있다.고기를별로즐기지않지만,혼자서잘마시니까,고기좀챙겨먹으라는주변의말에따른것이라고나할까.소고기부위중스지라는것이있는데,이것으로안주를해먹는다.정육점에서한만원어치정도사면두세번정도는먹을수있다.된장을좀푼물에푹삶아서소금에찍어먹든지,아니면김치에말아안주로하는데,여간맛있는게아니다.마시는술의량을조절해야할정도다.소주한병이상은안된다는것.그리고찌꺼기가좀남아있는,우려낸국물에된장을좀더풀고,파,마늘을넣어된장찌개비슷하게끓인후밥을말아먹는다.알딸딸해지면서느껴오는허기감을채운다.
모두들잠이들었다.혼자주방으로슬그머니나간다.냉장고안에무엇이있나.안주감이없다.그럴리가없다.그러나정말없다.할수없다.좀짭지만,이것이라도안주로하자.장자젖갈깍두기.대구아가미젖갈에무를썰어넣어만든반찬.소주는마실만큼있다.마신다.어둑한거실은어느새나만의공간이된다.마리아칼라스의‘CastaDiva’가듣고싶다.틀까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