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혹은 떠나려는 사람들
잘알고지내는선배형로부터전화가왔다.목소리에울음이묻어난다.

형수가몹쓸병에걸렸다는것이다.상태도좋지않다는것이다.

전화로들려오는선배의목소리엔간절함도묻어난다.

어떻게하면좋겠느냐,어떻게하면살릴수있겠느냐.

어떤위로의말이필요할것인가.어떤용기의말이필요할것인가.

필요가없다.

나는모든병을관장하는어떤절대자를떠올린다.

내가그절대자라면.

인생을흔히들길지도짧지도않은것이라고말한다.

또그렇게기쁜것도,슬픈것도아니라고말한다.

길면길고,짧으면짧았지이게무슨말인가.

살아오면서음미해보면,이말은이를테면,

인생을어떻게살고받아들이냐에따라그길이,그폭,혹은그느낌이

변할수있다는것을나타내고자하는것이아닌가하는생각을갖는다.

운명론자는아닐지라도,어차피사람은타고난운명아래

정해진인생의길을가게되어있지만,

어떻게살아가느냐에따라그양태는양과질적인면에서차이를갖게되는것이다.

그러면잘산인생,행복한인생은어떤것일까.

여러가지해석이있을수있다.

별탈없이건강하게,그리고곤궁하지않고사는것.

아니면여기에다더해좋은일과명예로운일을많이하며

사는것정도로풀이해생각할수있다.

좀더구체적으로좋은부모만나풍요로운가운데,

하고싶은공부하고해보고싶은일다해보고,

좋은배필만나아들.딸잘낳고,잘기르고그리고잘죽는것.

이정도면행복한인생이라는데에이의를달사람은없을것이다.

그런데,이러한조건들과함께나이를먹어가면서

특히절실하게느껴보는인생의‘원기소’같은것이있다.

그것은다름이아니라어울려서같이알고지내며사는주변사람들이다.

친구.선배.후배.동료들을망라해살아가면서

어떤형태로든알고지내는사람들이다.

당연히부모.친척도포함될수있겠다.

그러나부모.친척은특별한경우를제하면태어나면서

인연을맺게되는당연한‘상수’적인것이다.

인생을어떻게사느냐에따라관계를맺을수도있고,

그렇지도않을수있는‘변수’적인것으로서의주변사람들.

그들도인생의맛과가치를결정짓는중요한요소라는생각이다.

좋은사람들을주위에많이두고서알고지낸다면그삶은좋은것이다.

반면에주변에알고지내는사람들이없이지내는것은어두운인생을사는것이다.

알고지내는사람들이많더라도,그들이안좋은사람들이라면

그또한좋은삶을사는것은아닐것이다.

이런점에서보자면,나는행복하다할수있을것이다.

알고지내는친구.선배.후배들도많을뿐더러,

다들내가아끼고좋아하는사람들이다.

맹신인지는몰라도그들도나를만나고보는것을좋아하는것으로안다.

가까운사람들중에는나의잘못으로인해야기된일때문에

관계가서먹해진사람들도물론있다.

그러나나는이들도기꺼이나의주변사람들속에포함시킨다.

분명히말하지만,그들과의관계가서먹해진것은

나의잘못으로비롯된것이기때문이다.

좀무리한바람이겠지만,이런주변사람들과죽을때까지함께살아간다면,

그인생은행복한것이다.그러나인생이바람과뜻대로될수는없는일이다.

주변의사람들이하나둘씩떠나고,혹은떠나려는것을보는아픔,

그것은허무한인생의한단면이다.

근년에들어서만도주변의적잖은사람들이세상을떴다.

그리고떠날차비를하고있는중에있는사람도있다.

오늘전갈을받은형수도그들중의한사람이다.

형수가그런입장이라면,선배형도반쯤세상을뜰준비가돼있다고봐야할것이다.형수를얼마나극진히아끼고사랑했는가.

그런형수가없는세상을,그선배형은상상이나해봤을까.

“여행을떠나듯우리는인생을떠난다.

떠나는사람은괜찮다.

단지시간의물결위남아서앓고있는사람들의고통만이절대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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