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들(2)
아내는하루종일시무룩하다.둘째놈때문이다.

군에간녀석에게서전화가왔다는것이다.

훈련을끝내고자대에배치를받고한전화로,입대후처음이다.

강원도인제군의어떤지역이라는데,하루종일차를타고들어왔다면서

전하는얘의말이그렇게불안할수가없었다는것이다.

그러면서나에대해원망이묻어나는눈길을보낸다.

어떻게손을좀써볼요량도하지않았느냐는투다.

최전방이라는데,혹시지뢰사고같은것으로어떻게되면어찌할것이냐며

금새울기세이다.

내가물어보는말에는대꾸도잘하지않는다.

온통얘가최전방에갔다는것에대한불안감과걱정투성이다.

언제부터면회가된다느냐,몸은이상이없다더냐,대충어디부근이라더냐.

나라고마음이편할수가없다.그러나아내는더이상대답을하지않는다.

그만한나이면다들군에가고,또후방보다는전방이

군생활하기에는좋다는그런류의말은아내에게더이상통하지않을성싶다.

가만내버려두는것이상책이다.

그날오후텔레비전을보는데,둘째얘보다좀빠르게입대해훈련을마치고

자대에배치한어떤쌍둥이형제의입대과정이다큐멘터리물로방영됐다.

훈련소도비슷한곳이고,자대도그런것같다.

자대에배치된그날,부대에서제일먼저시켜준일은

집에전화를걸게해주는것이었다.

아,그래서둘째얘도전화를지엄마에게걸어왔구나.

텔레비전프로라그런지,부대원들은신병에게온갖정성을다해주는것같았다.

그래도어리둥절하고넋이나간이등병신병의모습.둘째놈도그럴것이다.

텔레비전을더이상볼수가없었다.

아이입대한날이엊그제같다.

아이를입대시키고춘천에서돌아오는날비가내렸다.

아내는내내말이없다.입소식에서아내는울었지만,나는울지않았다.

악수를나눈얘가저멀리다른얘들과행렬을지어떠날때일말의후회가왔다.

나도울었어야했다.그러나이내마음을바꿨다.내가왜울어야하는가.

좀부실하게태어났지만,이제어엿하게국가의간성으로군문에들어가는데

내가울필요가없다.오히려축복해주어야한다.

그래도마음한구석어느곳에서는눈물이흐르고있었다.

그날,아내를토닥거리며서울로나오다가여의도부근에서친구를만났다.

술집에서소주를마시면서나는비로소눈물을보였다.

노래방에서김광석의‘이등병의노래’라는노래를부르면서실컷울었다.

아내는아이와나앞에서울수가있다.그러나나는그럴수없다.

내가울곳은따로있었다.

어느날아침우체부가무슨박스인가를가져왔다.

큰놈이나가서받았는데,아무런말도없이

둘째아이쓰던방으로갖고가는것이다.따라들어가보니아이옷이다.

이른바‘장정소포’라는것.아내는아무런말도없었다.큰놈도그랬다.

둘다아무런말도없이그냥서로자기할일을위해밖으로나갔다.

뒤치닥거리는온전히나의몫이다.

박스를푸니까속옷을포함한옷가지와신발이나온다.

바지주머니에는지갑이그대로있다.

전화카드등가무슨영수증같은것들이그대로있다.

속옷을챙기는데눈물이나온다.신발을보니더했다.

이신발을어떻게하나.빨아야하나,아니면그냥그대로두어야하나.

아이가돌아와이신발을다시신을수있을까.

첫편지가온날,아내는기운이뻗쳤다.

아무런말도않다가느닷없이그런말을하는아내의목소리는

그어느때보다생기가있다.편지속에둘째놈이웃고있었다.

땀에전느슨한훈련복을입은아이가말하고있었다.

힘들지만잘견뎌가고있다.무릎아픈형은군에안왔으면좋겠다.해보니힘들다.그놈은의젓하게형걱정도하고있었다.그날아내는모처럼말이많았다.

편지는그후에도몇차례왔다.우표를좀보내달라고도했다.

아내는열심히답장을하고있었다.

나는중대장과소대장에게편지를했다.중대장에게는이메일도보냈다.

그리고한차례아이에게편지를보냈다.내용은기억에별로없다.

천편일률적으로그랬을것이다.우리는잘있다.군생활잘해라.

대충이런내용이었을것이다.나의아버지가나에게그랬듯이.

그러나지극히이성적이었을것이다.한가지당부점은이런것이었다.

용변은참지말고수단껏하라는것.그녀석은편지에서그문제가골치라고했다.

둘째얘가군에간뒤로변한게있다.

아이의방을깨끗이정리해버린것이다.

원래서재로꾸며논방이었지만,이사오면서부터둘째가쓰던방이다.

책상과온구석에가득했던,둘째놈이쓰던온갖잡동사니를

한자루에넣어창고에갖다놓고책상과가구들을정리했다.

블라인드에가득쌓인먼지도털어내고,책꽂이의책들과가구속의내용물,

아이옷가지들도다시배치했다.

아내는내가그렇게하는것에대해못마땅해했다.

둘째의흔적을왜그리치우냐는것이다.

아이가쓰던,낡고고장난침대마저를갖다버리려하자,아내는한사코말린다.

얘가돌아왔을때어떻게생각할것이냐고부아를낸다.

결국침대는그냥두기로했다.

그방을지금은내가쓰고있다.책상에서글도쓰고책도보고,

침대에서잠도자기도한다.수집해온사진기를책꽂이에놓아두기도한다.

낡은라디오에서나오는FM클래식음악은은은하고,

블라인드를통한방안의채광도좋다.

둘째아이가돌아오면다시그녀석의방이될것이다.

그게언제였던가.

같이들설악산으로여름휴가를갔을때찍어놓은슬라이드필름을본다.

겨우열살이될까말까한나이때쯤으로보인다.

큰놈과작은놈이함께헐렁벗고는어깨동무를한채

엄마를가운데두고웃고서있다.

작은놈은무엇이부끄러운지사타구니를가리려하고있다.

아내는만군을거느린듯기고만장하다.

아내의웃음이싱싱하다.우리언제다시그런날이올것인가.

둘째놈이자던침대에서,둘째놈이덥고자던이불을덥고누웠다.

지금쯤무엇을하고있을까.

훈련병이지만집생각이많이날것이다.엄마가그리울것이다.

이불을끌어올린다.

이불에서그놈의냄새가묻어난다.눈물이울컥쏟는다.

(2003년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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