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생, 그리고 今生의 마지막 술
안개빈지무언지가을비가내리는날이었는데,K선생으로부터만나자는연락이왔다.

안그래도신문사로직장을옮긴터에인사를드리려던차라퇴근무렵에맞춰신문사로갔다.

선생은소파에길게누워라디오를듣고계셨다.별말씀이없었다.

그냥한번싱긋웃고는나가자는표시를한다.야간대학에나가는사환아가씨는그날도명랑스러웠다.

청계천3가인가에있는막걸리집으로우선가서목을추겼다.

K선생은이것저것묻는다.신문사로어떻게가게됐느냐,할만하느냐등등.

그무렵나는문화면의어떤기획특집기사를쓰고있었다.

그얘기를했더니,신문나오면한부갖다달라고했다.

선생과의술자리에서의화제는크게어떤범주를벗어나지않는다.

주로책과독서에관련된것이다.선생의독서량은언뜻보고듣기에상당했다.

만날땐항상책을들고있었고,그책에관한느낌같은것을전해주곤했다.

그리고또하나,선생은나에대한‘책인심’이후했다.

보고난책들가운데,소설이나에세이류같은것을사무실아니면만나는장소에서주곤했다.

대충그런것들을화제로얘기를나누지만,역시둘간에서빼놓을수없는것은술이다.

그무렵한8,9년가까이K선생을알아오면서엄청난술을마셨다.

선생은서울을비롯해수도권에서음식이소문난술집을찾아가마시는것을좋아했는데,

신문사차타고나도많이따라다녔다.

막걸리든소주든맥주든,김각선생은주종을가리지않고많이마시는애주가였고,

나또한선생과적잖은나이차이에도불구하고한창많이마실시기였기때문에,

둘간에있어술은이를테면공통분모같은것이었다.

그런점에서나의지금의술마시는태도와버릇은K선생으로부터영향받은바크다는것을부인할수없다.

그렇게해서마신술이2차,3차로이어지고,

마지막기억이나는곳은청계천부근의무슨한정식집이었던것같다.

깨끗한분위기,그리고술상을준비하던늙수그레한여자가어렴풋이기억될뿐

그다음은생각나지않을정도로우리들은많이마셨고대취했다.

그리고항상그래왔듯이그밤우리들의酒事는잊어버렸다.

다음에만나면되는것이었기때문이다.

그리고몇날이지났을까,뭔가선생에대한안좋은예감같은것이느껴졌다.

잘안하던전화를안부삼아했다.사환아가씨의말소리는전의것이아니다.

지금안계시다는것과왠술을그렇게마셨느냐는책망섞인주절거림이전해왔다.

그리곤병원에가셨다고했다.뭔가있었구나하는느낌이왔다.

선생은우리가만났던그다음날다친얼굴로오후늦게출근했다고했다.

그래서병원에치료받으러다닌다고했다.그날귀가길에어디에얼굴을부딪혔던모양이다.

그러나그게전부는아니었다.사환아가씨의목소리에서그것을느낄수가있었다.

그아가씨는목으로울고있었다.

심각한병이찾아와입원중이라는사실을알아내는데약간의실랑이가있었다.

그사실을어느누구에게도얘기하지말라는당부를받았다고했다.

우리가그날만나던날,K선생은이미혀에암이생긴설암진단을받고있었다.

그리고그다음날수술을위한입원이예정되어있었다.그랬었구나.

그날선생의말이좀이상했다.흡사치통에걸린듯말소리가어색했고,헛나오는것같았다.

물었더니,사랑니가갑자기생겨나혀를자꾸파고들어그렇다고둘러댔다.

사랑니라니.나는60이다된영감도사랑니가나느냐는등으로우스개소리를늘어놓았고,

그것을안주삼아같이건배도했다.

선생과는그날이후로만나지않았다.못만난것이아니라내가찾지를않았다.

그래서나는비난받아마땅하다는것을잘알고있다.

병실도사환아가씨를통해알고있었다.그러나찾지를않았다.

왜그랬을까하는자책섞인물음을지금다시해본다.

그러나그때나지금이나왜그랬는지모르겠다.다만,K선생과그날마신술을생각하면전율을느낀다.

그술은,이를테면K선생이어쩌면금생에서마지막으로마실술도될수있었기때문이었다.

그자리에선생은나를끼워주었다.그심정이어땠을까.나는그것을생각하기도싫다.

가을안개비는추적추적내리는데,금생에마지막이될지도모르는술을마시는그심정이어땠을까.

그리고왜하필나를불렀을까.

아마도나는그심정을헤아려뭔가답을찾아보기전까지는

K선생을만날수없을것이라고작심했는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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