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의 여자친구들
여자친구들이몇있다.여자친구들은물론여자들이다.

그러니늘그막에이런말을하면좀이상한시선으로보는사람도있을것이다.

그러나그런것은아니다.당사자들이들으면좀서운하게(?)생각할는지모르겠으나.

그들이여자들이긴한데,

시정에서이러쿵저러쿵하는그런차원의느낌은당최들지않는,그야말로친구들이다.

당신도남자인데,무슨그런속보이는말을하느냐고시비를거는사람도있다.

이성간에친구가될수가있는것인지하는상투적인경구를들먹이기도한다.

나도남자인만큼이성과의알고지냄에있어왜그런생각이없겠는가.

그러나이상하게도그친구들하고있을때는그런느낌이없다.

그래도이상한눈치를보내는친구들이있으면,이런말로시비를차단한다.

마누라하나도건사하지못하는주제에무슨딴여자까지를…

그런데좀묘한것은그런여자친구들이신문사를그만두고백수가되면서생겨났다는것이다.

현직에있을때,막말로한창잘나가던시절에는없던여자친구들이,

실업자신세가되니까생기더란얘기다.

이를뒤집어생각하면백수로빈둥거리면서그에걸맞게,

하는일은없어지고놀일만많아졌다는얘기가되는것인가.

물론전에좀알고지내던사이가,

시간이좀생기면서만나고보니친구가되는경우도있지만,

그렇지않게친구가된여자들도있다.

이경우는주로알고지내던친구를만난자리에서같이들만나친구가된다.

우리들은주로술집에서만난다.

다들쉰을훨씬넘긴나이들이고,자기가정과얼굴에책임을질나이인만큼

서로들술집에서노닥거린다해서그렇게책망받을일은아닐줄안다.

그이들은술도잘마신다.나와나의친구들이술을좋아하고잘마시니까,

당연히여자친구들도그런쪽으로가게되는것이다.

술을마시면서세상돌아가는얘기도하고,집안얘기도나눈다.

마누라얘기도나오고,남편과자식들얘기도나온다.

그리고기분이더좋아지면노래방에도간다.

한마디로남자친구들과똑같이대해주고그들도그렇게스스럼없는언행을한다.

가볍게의논할일이있으면같이생각을나누기도하고,부탁할일이있으면부탁도한다.

그중에한친구는어릴때같이보고자라서그런지,

한번씩만나는자리가그렇게반가울수가없다.

어느날이런전화가왔다.

근처에내가있을것같아전화를했다.

자기는생선횟집에있는데,내가있는곳의안주가마땅치않으면먹으러오라는것이었다.

그날은나의중학교동기회와그친구의대학과동기회가서초동에서있는날이었다.

이런사이이다.그러나마침나는그날무슨일이있어참석을못하고집에서그전화를받았다.

그전화와관련되어그날조그만‘사건’이있었다.

그친구의과동기이면서당시나와같은하숙집에있었던

한동급생과33년만에전화로대면한것이다.

그이도물론여자로,우리는아마그당시남매처럼지냈던기억이있다.

사람이살다보면이런일도생기는것이다.

그동창생과의관계를잘알고있는나의친구는

아마도그런자리를마련키위해나에게전화를했던것이아니었을까.

그하숙집동기생여자와도곧친구가될것이다.

또고향에는점을봐주는철학관여자친구가있다.

그친구는매년나의신수를봐주고부적까지챙겨준다.

그런것은공짜로받으면안된다면서복채는챙긴다.그리곤아구찜도사고생선국도산다.

어쩌다한번씩가는고향에서그나마푸근함을더느끼게해주는친구다.

언젠가서울에올라온적이있었는데,바빠서못만난적이있다.

그이후로좀삐졌다는소문이있어,금명간한번내려가다독거려줄예정이다.

우리집근처에사는여자친구도있다.

수년전,인사동에서같이들만나친구를하기로했다가,연락이끊겼는데,

작년초우리집근처로이사를와연락을해온것이다.

그친구와는중학교시절,고향의같은동네에살았다.

그것을나는기억하는데그이는잘몰랐다.

그래서그런지한번씩볼때마다그와관련된기억들을얘기하면,

무슨진실게임하듯되묻곤한다.

동네에서만나한잔씩하지만,요즘에는좀뜸하다.

흔히들나이가들수록여자들의정신연령이남자들의그것보다높아진다는말들을한다.

내여자친구들은나와동갑이거나한살아래,아니면한살위다.

그래서그럴까.그들의나를대하는태도도그수준이다.

서로말을놓고해도뭔가누나같은말투로얘기를한다.

그러면나또한손아래동생같이되는것이분위기를살려주는일이다.

그렇지만별진지한대화는없다.

그저살아가는것과세상돌아가는것을보고느끼는피상적인얘기들을주고받는다.

그래서만나는자리가대부분술집이다.

이런자리에는이성(異性)의느낌이끼어들수가없다.그래서우리는친구라는것이다.

남녀가술자리에서진지한얘기를나누고,

술판이진지한분위기가되면심각(?)해지는것이아니겠는가.

사람에따라다르겠지만,

대부분의남자들도중년을지나나이가들면말이많아지고수다스러워진다.

특히가끔여자친구들과만나는자리에서나는이러한점을많이보고느낀다.

나자신을통해서도그렇고다른친구들을통해서도그렇다.

나와비슷한처지인어떤중학교동기친구는

여자친구들과함께만나는자리에서곧잘실수를저지르곤한다.

평소에비해술도많이마시는가하면빨리취하고,그러면말도많아지고,

또안하던시샘같은짓도하고.울기도하고,그리고싸우기도한다.

그래서우스개소리로따나한때여자친구들사이에

‘기피인물’의리스트에오르기도했던적도있다.

여자친구들과의만남에서그친구의하는짓이어떤측면에선

나이에걸맞는진실된행동일것이라는생각을가끔씩갖는다.

나는내숭을부리고있는지도모른다.나도그렇게하고싶은데,아직까지거기까지이르기엔

내의식의고삐에격식이나체면같은것들이

아직까지덕지덕지붙어있기때문에못하고있는것이다.

여자친구들은말은안하지만,이미나의그같은위선을꿰뚫어보고있을것이다.

그들은그래서내심으로는나와그친구중,

그친구가더인생경험이풍부하고,해서더좋아하고더높이평가하고있을것이다.

그친구는나보다나이가아래인데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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