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의 ‘새’ 그리고 티피 헤드렌

1980년에80세로죽었으니,지금살아있으면백열살이다.

그의모습을사진으로다시보니정말괴팍스런얼굴이다.

심술난아이처럼부루퉁한입술과두턱,

눈꺼풀이힘에겨울정도의무거운눈이달려있는서양호박같은큰머리.

체중285파운드에작달만한키.

천재의모습인가,사이코의모습인가.

알프레드히치콕얘기다.

그저께밤에히치콕영화한편을봤다.

"새(TheBirds)’

1963년작이니,이영화도고전이다.

히치콕전성시대의것이니,공포서스펜스영화의秀作중하나다.

영화의내용은이미잘알려진것이다.

새떼가인간세계를공격한다는,일종의호러物이다.

영화를처음본게대학시절이었고,그후로도한번정도더본기억이있다.

처음볼때도그랬었지만역시나그렇다.

보고난후찜찜한것은매한가지라는것.

영화에있어스토리텔링은물론극본에따른것이다.

그러나스토리텔링을꼭극본에매여생각할필요는없다.

보고느끼기가사람마다다들다르기때문이다.

그러나분명한스토리텔링,

이를테면영화의핵심적인내용의것은관객들이공유할수있는것이어야한다.

새떼가왜인간들을공격하는가.

영화가시작되고긴장되는시퀀스(sequence)속에끌려들어가면서도종내남는의문.

새떼가왜인간을공격했는가에대한답이나시사점은얻을수없다.

그래서찜찜하다는것이다.

새들의공격을받는보데가만사람들이멜라니를지목한다.

샌프란시스코로부터떨어져사람들의왕래가뜸한

그곳에갑자기나타난멜라니가새떼들을몰고왔다는것이다.

그러나비난하는여자의귀싸대기를후려치는멜라니의단호한부정에관객들은끌려간다.

더무언가구체적인이유가있을것이라는기대감이그때까지는있다.

그러나영화가끝날때까지그이유는알수가없다.

서로들알아서생각하라는메시지도없다.그냥공포감이가득한채끝나버린다.

모자간인미치와리디아,남매간인미치와캐시,

오이디푸스적인미치를사랑하며그주위에머물고있는캐시의학교선생앤디,

그사이를파고드는멜라니등등장하는캐릭터들간의흐느적거리는인간관계가

새들의공격과무슨연관이있을것이라는생각을가질수있다.

영화의시대적상황도그렇다.모든사람들이어려운어려웠던미국의대공황기가시대적배경이다.

인간들의정신과삶이피폐하고비정상적이고허전할때,그허점을자연이파고든다.

그상징물로써새들이인간을공격했을것이라는유추를하기도한다.

생각은자유다.UFO가왜지구에나타나는가.

글쎄,인간들의외로움을달래기위해하늘이보낸것이라고유추할수도있으니까.

이영화를스토리에집착하지말고,

히치콕의독특한퍼스낼리티내지는영화관의산물로보면어떨까하는생각이다.

영화는공포물이다.멜라니는영화에서가장공포감을느끼는주인공여자다.

공중전화부스에서멜라니가새떼들의공격을당하는장면은영화에서가장전율적인부분이다.

말하자면이영화의압권인셈이다.

까만까마귀들이멜라니를공격하려고부스의유리창을날카로운주리로찍어댄다.

점점금이가고찢겨지는창틀,폐쇄된공간에서멜라니는머리를쥐어뜯으며공포에떤다.

까만까마귀와멜라니의머리를움켜쥔하얀손,그리고빨간메니큐어의손톱.

이세가지색깔과공포에질린얼굴과비명묘한대비를이뤄가며영화는절정을이룬다.

변태를조금아는관객이라면,그장면에서묘한액스타시를맛보았을수도있다.

히치콕은멜라니의이장면을통해액스타시를느꼈을런지도모른다.

(히치코크와티피헤드렌)

그래서이런얘기가있다.

히치콕이특정여자에대한욕망을드러내기위해이영화를만들었다는것.

히치코크는거의병적으로금발미녀들을좋아했다.’병적’이라는것은변태의또다른표현이다.

그가평생을억눌린성적욕망에시달리며살았다는것은널리알려진사실이다.

이좌절감을그는자신의영화속금발미녀들을학대하며해소했다는것인데,

‘새’,이영화는히치콕의그런병세가절정에이르렀을때만든영화다.

실제로히치콕은’사이코’에서금발미녀로나온재넷리(JanetLee)를

모텔에서샤워중식칼로난자해죽여버린다.

역시금발미녀인그레이스켈리(GraceKelly)도마찬가지다.

‘다이얼M을돌려라’에서남편을두고바람을피우다남편이고용한청부살인자에의해

스카프로목이졸리고,’이창(RearWindow)’에서는토막살인자에게혼이난다.

킴노박(KimNovak)도히치콕새디즘영화의희생자였다.

1958년’환상(Vertigo)’에서애인제임스스튜워드가보는앞에서높은종탑에서떨어져죽는다.

티피헤드렌(TippiHedren)은히치코크가특히좋아한금발미녀였다.

그는실제헤드렌을탐내1964년’마니(Marnie)’촬영중

헤드렌에게몸을바치라고요구했다가퇴짜를맞은일도있다.

‘새’는그전해작품이지만,

히치콕은이미그런욕망을헤드렌을’새’에출연시켜죽이려한데서드러내고있다.

헤드렌은실제이영하에서진짜새들의날카로운부리에온몸이쪼여

그충격으로기절을했다고할정도이다.

그래서’새’,이영화가히치콕의멜라니에대한변태적새디즘의표현이라는얘기가나오는것이다.

히치코크는앞에언급했지만1980년80세로세상을떴다.

그러나그의영화들은’서스펜스의장인’이라는그의명성과함께

이미시대를뛰어넘은명작들로자리잡았다.

티피헤드렌은1930년생이니까,올해80살이다.

히치코크가그나이에죽었으니,올해를잘넘기라는충고를하고싶다.

그러나그녀는아직도건강하고왕성한활동을벌이고있다.

딸이유명한여배우멜라니그리피스다.

(딸멜라니그리피스와헤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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