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배고픈 여자

광화문통에는종일많은사람들이오간다.

사람들은아침출근무렵밀물처럼몰려들었다가,

저녁이면썰물처럼빠져나간다.

광화문통은시간에맞춰사람들을퍼모았다가,

또시간에맞춰사람들을비워내는무슨사람바가지같다.

매일광화문통을지나다니는사람들은서로가바쁘다.

매일지나치지만누가누구인지알리가없다.알필요도없다.

이런광화문에낯익은(?)사람이생겼다.거진매일보는사람이다.

매일붙박이처럼한자리에서서성거리는사람이있는것이다.

그것도여자다.호리한체구에수수하게생긴아낙이다.

프레스센터에서시청전철역4번출구간10여미터되는거리를왔다갔다한다.

언제부터그곳에있었는지는알수없다.

처음본게올2월초였었는데,그전부터있었는지는알수없다.

나는그아낙네를언제부터인가’밥색시’로부른다.

그여자를부르고말고할일이없으니물론호칭은아니다.

그여자가그거리에서서지나다니는행인들에게하는소리가,

"밥한끼좀먹게해주세요",그말뿐이다.그래서붙여놓은이름이다.

경상도억양인것같기도하고,조선족억양같기도하고.

올초봄,처음본때로부터줄곳자색점퍼만을입고있다.

처음에는정신이좀안좋은여자노숙자로알았다.

그래서그러려니했다.신경도안썼다.

그러나매일보게된다.그러니자연신경이쓰인다.

지하철을타려면그거리를지나가야하기때문이다.

지날때마다앞에서다가선다.그리고하는말.

"밥한끼좀먹게해주세요"

한두어번본후에는대면하기가좀쑥쓰러웠다.

밥한끼먹어라고한푼적선도해준적이없는주제라더그렇다.

그래서일부러피하기도한다.

지나는여러사람들중한사람에게다가가면그틈을타비껴난다.

언젠가,그거리를지나는데어떤행인과말을주고받고있었다.

행인은그아낙에게정말배가고픈지를묻고있는것같았다.

매일그거리를지나려면마주치니까,그아낙을아는사람들도많을것이다.

그행인도그들중의한사람일것이다.

"예,정말배가고파요"

그아낙은또렷하게말하고있었다.정말배가고파서구걸을하고있는것이었다.

그러면돈을줘야할것이다.밥사먹으라고.

식당엘가서밥을먹일수도있겠지만,굳이그럴필요까지는없을것이다.

그런데둘간에실랑이같은게이어지고있었다.

돈은안받겠다.밥을먹여달라.그런실랑이었을까.

내갈길가느라그게어떤결말로이어졌는지는모르겠다.

뒤돌아보니둘이서뭐라뭐라하는얘기들을계속주고받고있었다.

오늘,점심을먹고오는길에또만났다.

"밥한끼좀먹게해주세요"

동행한분이그런다.멀쩡하게생긴여자가웬일이여…

그아낙은아랑곳않고더또렷하게말한다.

"밥한끼좀먹게해주세요"

나는동행과후다닥그길을벗어났다.

건널목에서뒤돌아보니그사이안면이딲여진어떤행인과말을주고받고있다.

그행인은돈을건네려했을것이고,

그래서또그아낙과무슨실랑이를벌이고있었을것이다.

그러나나는모른다.정말그여자가돈은마다하고있는것인가를.

그아낙데리고가,소원대로밥한끼좀먹여줄광화문의義人은없는것인가.

우리모두는희망을얘기하고있어요…(성프란치스코장애인복지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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