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 ‘노지 부추’

운길산을내려오면서김회장이먼저운을뗐다.

그리고는계속그얘기다.

노지부추.

야생의산부추는아니고그냥밭에서기른부추다.

굳이노지부추라고하는것은,

비닐하우스재배의그것과차이를두기위함이다.

그래도그나마그이름에서비닐하우스것보다는야생의냄새가느껴진다.

산을올라오면서초입길가에그걸판다는간판을다들봤다.

해서생각이모아졌다.뒤풀이에서그걸먹어보자는것이다.

운길산역이가깝도록그간판은안보인다.

다시거슬러올라가니한곳에그게다시눈에들어왔다.

전을부치고있는주인아낙네에게다시물었더니돌아온대답.

노지부추,비닐하우스에서재배한게아니고밭에서기른것이다.

길가,평상에자리를잡았다.

평상한쪽에서는갓잘라온부추를지나가는등산객들에게팔고있다.

부추전,미나리전에맥주와막걸리.전에는청양고추를반드시넣어달라.

부추전이나왔다.도톰하고알맞게잘구워진게먹음직스럽다.

한입넣어보니맛있다.향긋한부추향기가입에감돈다.

거기다알싸한청양고추의매운맛이어우러져함께사각사각씹히는맛이좋다.

김회장의부추자랑이이어진다.한머시기총장말에의하면정력엔최고운운…

미나리전도맛있다.접시가후딱비어지고다시추가,그리고막걸리.

맛있게잘먹었다.맛있게잘먹었다.

다들양껏맛있게먹었다는폼들이슬슬나온다.

마루기둥에기대비스듬히드러눕는친구도있고.

그런우리들의분위기에어떤양반이들어왔다.

길을걸어가다가느닷없이우리들앞에나타난것이다.

그것못봤어요?치-익뿌리는거.

느닷없이앞에나타나그렇게묻길래무슨말인지몰랐다.

다시묻는다.그거치-익뿌리는거못봤어요?

치-익뿌리는거라니,그게뭔데요?

아,왜그거안있소,농약뿌리는거…

그제서야그양반이뭘말하려는지를알았다.

그양반말인즉슨,우리들이맛나게먹은부추가농약범벅이라는것이다.

이른아침마다,농약이든분무기로부추밭에약을치는것을목격했다는것이다.

그증거는분무기다.그분무기를못봤냐는것이다.

이무슨꼬치까리인가.어이없어하는우리들에게한술더뜬다.

암이왜그리많은지아는가.다그런농약을먹어서그렇다.

그러고는한참을주절거린다.

무슨의도인줄은알겠는데,자꾸그러지듣기에역겹다.

그양반말대로라면우리는결과적으로농약범벅의부추를맛있게먹은것이다.

찝질하다.전부치는아낙에게슬쩍물었다.

대답은들어보나마나다.절대아니라는것.

우스개로돌렸다.그양반혹여바로옆에서부추장사하는사람아닌가?

우리들은넉넉하고순하게생긴주인아낙네를믿는수밖에없다.

그래야하지않겠는가.

그래서일것이다.모두들꼬치까리뿌린그양반을성토한다.

정신나간양반에서부터,결벽증환자라는추정까지.

무엇보다,부추전을맛있게먹은우리들의즐거운포만감에

재를뿌리는그심뽀에비난이집중됐다.

그러나그양반은이미운길산쪽으로사라지고없다.

어떻게든결론을내자.

운길산’노지부추’로부친전의맛은일품이었다.

막걸리맛도그랬고.

그런데,누군가가그맛과분위기에’꼬치까리’를뿌렸다

맵더라도그것까지먹어치우자.

그리고잘삼켜소화시키자.

운길산은항상그곳에있을것이고,

운길산노지부추도그곳에함께있을것이니…

(운길산정상의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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