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부르는 사람들

운길산역에서서울로오는전철안.

옆자리엔나이지긋하신분이다.

산행의피곤함으로눈을잠시붙이려는데,

옆의인기척이좀요란하다.

어깨를들썩거리며노래를부르고있는중이다.

이어폰을낀채,카셋녹음기에서나오는노래를따라부르고있다.

왼손엔카셋녹음기,다른한손으로는노래장단을맞추고있다.

물론소리를내어부르는것은아니다.

립싱크라할까,장단을맞추면서그저부르는흉내만내고있다.

주변의시선이모아진다.그래도아랑곳없다.계속부르고있다.

좀있으니,가방에서뭔가를꺼낸다.글이빽빽하게적혀진종이다.

옆에서가만보니노래가사집이다.

‘아리랑”농부타령’등우리민요들이다.

노래를따라부르면서노래가사들을짚어나가고있다.

연세로보아70은훨씬넘기신노인이다.

‘아리랑’을모르실리도없을것같은데,

왜그노인은사람많은전철안에서

그노래를새삼배우듯이따라부르고있을까.

아침출근길.

버스를기다리고있다.한적한정거장이다.

무슨노래소리가들려온다.개념이잘안오는노래다.

어디에서오는지주변을살펴본다.

길건너편정거장부근,연립주택앞에교복을입은한학생이있다.

그집앞에서누구를기다리는모양인데,그폼이묘하다.

귀에는요즘의여늬학생이그러하듯이어폰을둘러맸다.

그리고한손엔가방을들었다.한손으로는이어폰이달린귀를감싸고있다.

그러고는노래를부른다.듣기에난해한노래다.

요즘그또래들에게유행하는노래인것같은데,

내귀에는궥,궥하는소리로만들린다.

율동까지겻들인다.한손으로귀를감싼채몸을비틀어가며노래를부른다.

한바퀴돌다가나와눈이마주쳤다.나를빤히쳐다보면서부른다.

마주보기에민망해눈길을돌렸다.

그랬더니이번엔손가락으로나를가리키며노래를부른다.

왜나를안보아주느냐하는둣이.

노래는좋은것이다.부르건듣건간에좋은것이다.

즐거울땐마음을한껏부풀리게하고,

쓸쓸하거나괴로울땐감싸고달래주는게노래다.

그러나노래를부를땐때와장소가있다.

그렇지않을경우엔무슨사정이있는것이다.

전철안이나버스정거장에서노래를부르는것처럼.

하릴없이오가는전철안,노인은무료하다.마땅히얘기할상대도없다.

그래서혼자서노래를부르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

누구든다아는’아리랑’이면어떻고’애국가’면어떤가.

버스정거장에서노래를부른그학생은,

아마도부와인기를한꺼번에거머쥘아이돌가수를꿈꾸고있는지모르겠다.

답답하고막막한세상,

나는어디에서노래를불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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