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시시각각]성지순례코스가된함안보
[중앙일보]
이명박정부는최근함안보의관리수위를7.5m에서5m로낮추었다.‘운하반대교수모임’의지적을수용한것이다.그럼에도불씨는여전하다.지하수상승에따른피해범위를놓고치고받는중이다.정부가주장하는피해예상면적은0.744㎢.반면교수모임측은4.1㎢에이른다고맞서고있다.하지만과거를알면부질없는일이다.이일대는40년전까지늪이나다름없었다.장대비만쏟아지면농사를망쳤다.그후낙동강제방을높이면서논으로탈바꿈했을뿐이다.함안보는침수예정지를어떻게보상할지가핵심이지,이를핑계로낙동강정비자체를무조건반대할사안은아닐성싶다.
지난50년간낙동강은제방만높이쌓았지,바닥을준설한적은한번도없다.들판보다높아진강바닥은치명적위험을안고있다.2002년8월집중호우때강둑이터져법수면일대가쑥대밭이됐다.피해액만1000억원이넘었다.이듬해태풍‘매미’때는대산벌판이물에잠겼다.밤새배수펌프를돌려빗물을낙동강으로퍼넘겼지만힘에부쳤다.높은강바닥이장벽이었다.함안대산이비닐하우스수박으로유명해진것은역설적이다.하우스수박은장마이전에승부가난다.수박수확은2월군북면월촌에서시작해3월엔법수면,그리고4~5월대산벌판에서절정을맞는다.수해를피하기위한궁여지책이생명줄이된것이다.홍수에취약한저(低)지대들판에서전국수박의16%를생산하고있다.
제주도풍광에반한외지인들은멋진바닷가에집을세워낭패보기일쑤라한다.현지주민들은기를쓰고안으로들어간다.심한바람때문이다.낙동강도마찬가지다.남지대교나수산대교에서굽어보는풍경은한폭의그림이다.외지인들눈에는곳곳의모래섬이반드시지켜야할보물처럼보인다.그러나강둑밑에서올려다보면딴판이다.어른키보다훨씬높은곳에서흘러가는강물이끔찍하다.외지인들은“4대강결사반대”만외치고가면그만이다.그러나현지주민들에겐생활이자삶의터전이다.그들끼리는귓속말로이렇게속삭인다.“차라리이번기회에강바닥을더깊게준설해야한다”고.이런흐름은여론조사에도나타난다.4대강과별상관없는지역에선반대가많고,강주변의사람들은4대강사업찬성이압도적이다.
4대강사업을밀어붙이는정부를탐탁지않게여기는사람이적지않다.나도순차적인개발이맞다는입장이다.하지만함안보에내려와‘반대를위한반대’만하고가는사람들을보면영불편하다.지난주TV에서‘1박2일’을보다가템플스테이때108배대신103배를하겠다고우기는장면에서웃음이터졌다.시위때마다삼보일배(三步一拜)가워낙자주등장한탓에헷갈린모양이다.따지고보면효순·미선양사건에서광우병사태와4대강반대까지,뒷배경만바뀌었을뿐등장인물은만날그얼굴이그얼굴이었다.광우병촛불시위도이들‘꾼’들이앞에나서자곧바로동력을잃었다.진보진영도발상을바꿔야할때가된듯싶다.현지민심부터읽어야한다.더이상식상한이벤트로감동을줄수없다.우리사회를움직이려면논리적인설득만이유일한길이다.정부와환경·종교단체의4대강공개토론회가기대되는것도이때문이다.함안보에몰려와4대강살리기냐죽이기냐,선택을강요할일이아니다.
이철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