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빅.
불안정스런전자신호음과함께
‘카드를다시대주시기바랍니다’는말이계속나온다.
아침출근시간대,신촌연세대부근정거장.
어떤젊은아줌마가교통카드단말기에카드를연신대고있다.
그뒤로버스를내리려는사람들이서있고.
그러나단말기에서는계속삐비빅신호음과함께
‘카드를다시…’란말이되풀이해서나오고.
서너번째도그러니아줌마가당황스러워한다.
내리려는사람들을뒤돌아보며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그러나계속그런상황이다.
버스기사의인내도대단하다.
계속기다려준다.
그런반복이열차례쯤이어진다.
다른승객들의시선이그곳으로집중되고,
걔중에는빨리갑시다라는말도나온다.
그아줌마,결국그냥내린다.
내리면서도계속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차창밖으로그아줌마의상기된얼굴이보인다.
낭패스러워하는표정이다.
버스는다시시동을걸고출발하려움직인다.
그러는찰나,버스가다시선다.
그리고앞문이열린다.그리고올라서는그아줌마.
아줌마는떠나려는버스를매달리다시피해세우고는,
앞문쪽카드단말기에카드를대기위해다시오른것이다.
삐-익,단한번에체크됐다는신호음이울린다.
돌아서내리는아줌마의언뜻보여진얼굴옆모습.
게면스런홍조가가득하다.
그거한번안찍었다고,
아니못찍었다고세상무너질일은아니다.
기껏해야돈몇백원손해보는일이다.
그러나돈이문제가아닐것이다.
남들다하는짓이왜자기에게만거부되는가.
그게기분나쁜것이다.
뭔가세상의대열에서이탈된것만같은낭패감.
세상이자기를무시한다는모멸감.
그런상황등에제일노출돼있는나이층의여자들이아줌마들이다.
주변의모든것이자신을압박해들어올즈음의나이들이다.
자식,남편,시부모등의압박과응살에엮이고채이고…
생리적으로도또그렇고.
그러니다른부류들보다더욱강해져야하는것이다.
그래서그렇다.
지하철을탔을때자리가보이면손가방이라도먼저던져앉아야한다.
물건을살적에는단돈한푼이라도깍아야한다.
공짜로생기는것은무엇이든악을쓰고손에넣어야한다.
여러사람들의눈길이있는중인환시리라도그렇게해야한다.
그게아줌마로서세상을살아가고자신의정체성을있게하는방법이다.
그아줌마의경우,
뒷문이안되면앞문에서라도해야한다.
앞문에서도안되면,종점까지라도같이가서해야한다.
그게바로아줌마다.
이름하여대한민국아줌마의모습인것이다.